서울 노원구의 한 고시원. 올해 스물여섯인 이모 씨는 취업 준비를 접은 지 8개월째다. 스펙은 쌓았다. 토익 900점, 인턴 두 번, 자격증 세 개. 그러나 서류 탈락이 반복되면서 어느 날부터 문을 열고 나가는 일 자체가 무거워졌다. 그는 이제 배달 앱으로만 끼니를 해결하고, 가족에게 안부 연락도 뜸하다. 「잘 지내냐는 말이 제일 힘들어요.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거든요.」

이 씨의 사례는 특이한 게 아니다. 수치가 먼저 말한다. 2022년 청년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청년의 32.1%가 우울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22.9%와 비교하면 3년 새 9.2%포인트가 올랐다. 청년 세 명 중 한 명이 임상적 주의가 필요한 수준의 우울 증상을 안고 일상을 보내고 있다는 뜻이다.

경쟁이 아니라 탈락이 반복되는 구조

전문가들은 이 수치의 배경으로 단순히 '스트레스'가 아닌 구조적 좌절감을 꼽는다. 한국의 청년층이 마주하는 사회는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보상이 따르는 구조가 아니다. 노력해도 정규직 일자리는 줄고, 주거비는 오르고, 또래 비교는 SNS를 통해 24시간 지속된다. 실패가 개인의 무능으로 귀결되는 문화 속에서 반복되는 탈락은 자기 효능감 자체를 무너뜨린다.

번아웃도 다른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취업에 성공한 청년들이라고 다르지 않다. 입사 후 2년 내 퇴직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퇴직 이유로 '무기력감'과 '소진'을 꼽는다. 쉬고 싶어서가 아니라, 더 이상 버틸 에너지가 없어서 나온다. 고립과 은둔은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 상태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이를 '학습된 무력감'의 사회적 확산으로 분석한다. 어떤 선택을 해도 결과를 바꿀 수 없다는 인식이 굳어지면, 사람은 시도 자체를 멈춘다. 은둔은 그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

지원 체계, 촘촘하지도 빠르지도 않다

정부도 손을 놓고 있진 않다. 청년 마음건강 바우처, 정신건강복지센터 운영 확대, 대학 내 상담센터 인력 보강 등이 추진되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청년 고립·은둔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전담 인력을 배치했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은둔 청년 발굴 사업을 시범 운영 중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체감하는 공백은 여전히 크다. 바우처 사업의 경우 신청 절차가 복잡하고, 정작 도움이 필요한 청년들이 '신청'이라는 첫 단계조차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둔 상태에 있는 청년은 스스로 행정창구를 찾지 않는다. 찾아오는 지원이 아니면 닿지 않는다는 의미다. 일본이 '고독·고립 대책 추진법'을 제정하고 전담 장관직을 신설해 적극적인 아웃리치 체계를 구축한 것과는 결이 다르다.

사회복귀 지원 역시 단계적 설계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따른다. 상담을 받고 나서도 취업 시장으로 곧장 복귀하기 어려운 청년들을 위한 중간 단계, 즉 사회적 관계 회복과 일상 루틴 재건을 돕는 프로그램이 턱없이 적다. 심리 치료가 끝나면 지원도 끝나는 구조다.

이 씨는 얼마 전 지인의 권유로 지역 청년센터를 처음 방문했다. 상담 예약은 두 달 뒤로 잡혔다. 지금 당장 필요한 사람에게, 두 달은 너무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