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가 문을 닫으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총장실 불이 꺼지는 게 아니다. 학교 앞 하숙집 주인이 짐을 싼다. 문방구가 셔터를 내린다. 편의점 야간 알바 자리가 없어진다. 20대 인구 수천 명이 빠져나간 자리에 남는 건 공실 간판과 노인 인구뿐이다. 폐교는 교육 통계의 숫자가 아니라, 한 지역의 심장이 멈추는 사건이다.
학령인구 감소는 이미 수년 전부터 예고된 재앙이었다. 2020년대 들어 대학 입학 가능 자원이 입학 정원을 밑돌기 시작했고, 그 충격은 수도권이 아닌 지방 캠퍼스가 가장 먼저, 가장 깊이 흡수했다. 수도권 대학은 경쟁률이 떨어질 때 지방 대학은 정원을 채우지 못한다. 미충원이 반복되면 재정이 무너지고, 재정이 무너지면 교수가 떠나고, 교수가 떠나면 학생이 외면한다. 악순환의 고리는 짧고 잔인하다.
교육부는 2025년 말 건물 노후화와 안전 문제까지 포함한 교육시설 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와의 공동 대응도 예고됐다. 방향은 옳다. 하지만 속도와 깊이가 문제다. 폐교 후 남겨진 부지와 건물을 어떻게 전환할 것인지, 지역 고용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그림은 아직 희미하다. 계획이 발표될 때쯤 지역은 이미 돌이키기 어려운 단계에 접어들어 있을 수 있다.
지방대의 소멸을 단순히 '공급 과잉의 자연스러운 조정'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 논리가 성립하려면 전제가 있다. 시장 실패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대는 단순한 교육 서비스 공급자가 아니다. 지역 청년을 붙잡는 거의 유일한 고리이고, 지역 산업과 인력을 연결하는 매개이며, 지역 문화의 거점이다. 이것이 무너지면 시장은 대체재를 내놓지 않는다. 청년은 그냥 서울로 간다.
해법을 찾으려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폐교 위기 대학을 살리는 것만이 목표여서는 안 된다. 지역에 대학이 왜 필요한가를 다시 물어야 한다. 지역 산업 수요에 밀착된 직업교육 거점으로 재편하거나, 고령화에 대응하는 평생교육 허브로 전환하거나, 지역 혁신 클러스터의 앵커 기관으로 기능을 재정의하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이미 캠퍼스 부지를 창업 공간으로 전환하는 실험을 시작했다. 성과는 아직 검증 중이지만, 방향 자체는 주목할 만하다.
결국 지방대 문제는 교육부 혼자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역 기업이 청년을 붙잡을 일자리를 만들지 않으면, 대학 건물을 아무리 새로 지어도 학생은 오지 않는다. 지방자치단체가 정주 여건을 개선하지 않으면, 졸업 후 남을 이유가 없다. 대학-기업-지자체가 동시에 움직이지 않으면, 어떤 정책도 구멍 난 수조에 물 붓기에 그친다.
지방대가 하나씩 꺼지는 동안, 그 옆 도시도 함께 꺼지고 있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