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26개 기초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163곳, 즉 72%가 넘는 지자체가 자체 예산으로 출산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첫째 아이 기준 평균 337만 원. 숫자만 보면 적지 않다. 그런데 출생아 수는 해마다 줄었다. 돈을 쥐여줬지만 아이는 오지 않았다.

본지는 현금성 저출생 대책이 근본 처방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현금 지원은 출산 결정의 실질 장벽을 건드리지 못한다. 청년 세대가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는 단순한 비용 부담이 아니다. 출산 후 직장을 잃거나 승진에서 밀릴 것이라는 공포, 육아 공백을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현실 인식이 더 크다. 337만 원은 분유값과 기저귀값 몇 달치는 될지 몰라도, 경력 단절 수년치를 메우지는 못한다. 한 번의 현금 이전이 수십 년의 구조적 불이익을 상쇄한다는 계산은 처음부터 성립하지 않는다.

둘째, 지자체 간 '지원금 경쟁'은 자원 배분을 왜곡한다. 일부 지자체는 타 지역보다 더 많은 현금을 내걸며 인구 유입을 노린다. 이는 저출생 해결이 아니라 지역 간 인구 쟁탈전에 가깝다. 전국 총 출생아 수가 늘지 않는 한 한 지역의 득은 다른 지역의 실이다. 그 과정에서 지자체 재정은 소진되고, 정작 보육 인프라나 공공 돌봄 시설 확충에 쓰여야 할 예산이 줄어든다.

셋째, 현금 지급은 정책 성과를 측정하기 어렵게 만들어 개혁의 동력을 약화시킨다. 지원금을 받은 뒤 출생 신고가 이뤄지면 단기 통계는 개선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2~3년 후 다시 출생아 수가 꺾이면 그때는 무엇을 탓할 것인가. 현금 지급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가시적 숫자를 잠깐 움직이는 것에 그친다. 정책 실패가 드러나는 시점을 미루는 것, 그것이 지원금의 진짜 기능일 수 있다.

구조를 바꿔야 한다. 육아휴직 급여의 실질 소득 대체율을 높이고, 중소기업 근로자와 자영업자도 제도권 안에서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법적 보호망을 촘촘히 해야 한다. 아버지 육아휴직 사용을 기업 문화로 정착시킬 유인책 없이는 어머니 홀로 경력을 포기하는 구도가 반복된다. 국공립 어린이집 대기 수년을 없애는 것, 초등 돌봄 공백을 메우는 것이 현금 지급보다 먼저다.

지자체의 출산지원금이 나쁘다고 단정하는 것이 아니다. 보완적 역할은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저출생 정책의 중심축이 되는 순간, 정부와 지자체는 진짜 어려운 과제—노동시장 개혁, 돌봄 인프라 확충, 기업 문화 변화—를 회피하는 구실을 얻는다. 아이를 낳는 것이 불안이 아니라 선택이 되는 사회는 통장에 돈을 꽂는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