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스위스'로 불리는 오만(Oman)이 세계 석유 공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료 협상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펼치고 있다. 오만은 이란과의 공동 해양 안보 논의 과정에서 통행료 수립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외교 전략이 시장의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오만은 이란과 미국 모두로부터 신뢰받는 몇 안 되는 국가로서 역사적으로 지역 위기의 중재자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국제법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은 '통항 통행의 원칙'에 따라 국가들이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다. 오만은 합의가 국제법을 준수할 것이라 밝혔으나, 통행료 제도가 이 원칙을 우회하는 방식으로 설계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오만이 이란의 통행료 체계 수립을 돕는 것으로 간주될 경우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다고 위협했다. 반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이에 따라 선박 통행료를 징수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17일 체결된 미국-이란 양해각서에 따르면 이란은 60일간의 협상 기간 중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할 수 없다.
카네기 중동 프로그램의 앤드루 레버(Andrew Leber) 연구원은 오만의 중재자 역할이 역설적으로 오만을 '함정에 빠뜨렸다'고 평가한다. 오만 외교관들은 통행료가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가 다른 이름으로 선박이 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고 제시하는 식으로 입장을 오락가락하고 있다. 오만의 지리적 위치와 경제적 이해관계상, 이란의 계획에 동참하거나 어떤 형태의 수수료를 징수할 유인이 있기 때문이다.
영국 국제전략연구소(Chatham House)의 닐 퀼리엄(Neil Quilliam) 전문가는 시장이 공급 중단 위험은 가격에 반영하지만 거버넌스 변화에는 관심이 적다고 지적한다. 호르무즈 해협의 관리 방식이 단계적으로 변화하더라도 통행 비용, 규정 준수 요구사항, 보험료 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시장이 충분히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