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반지하 원룸,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45만 원. 30대 초반 직장인 A씨는 3년째 혼자 산다. 냉장고엔 1인분 반찬통이 두 개, 주민등록상 세대원은 그 하나뿐이다. 그가 정부 주거 지원 제도를 검색할 때마다 부딪히는 벽은 한결같다. 「가구원 수 4인 기준」, 「세대주 배우자 및 직계가족 포함」. 제도가 상정하는 가족은 그의 삶과 맞지 않는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1인 가구 수는 800만을 넘어서며 전체 가구의 36% 이상을 차지한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15% 안팎이었던 수치다. 이제 대한민국에서 가장 흔한 가구 형태는 4인 가족이 아니라 혼자 사는 사람이다. 그런데 주거·복지·세제를 떠받치는 제도의 뼈대는 여전히 그 20년 전 사진을 기준으로 설계돼 있다.
제도의 공백: '복합위기 1인 가구'가 떨어지는 틈새
1인 가구 문제가 단순히 「혼자 사는 것의 불편함」으로 치부될 수 없는 이유는 빈곤과 주거 위기가 겹치는 지점에서 드러난다.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공간에 살면서, 동시에 소득 기준 초과로 복지 지원망에서 빠지는 이들이 존재한다. 이른바 '복합위기 1인 가구'다. 소득이 조금 높다는 이유로 공공임대 신청도 안 되고, 가구원 수가 적다는 이유로 급여 수급 기준도 넘긴다. 어느 창구를 두드려도 「해당 없음」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이런 현실에 대응해 국회에서는 소득 기준 초과와 최저주거기준 미달 조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단독 세대주를 「복합위기 1인 가구」로 명확히 정의하고, 이들을 주거 지원 대상에 포함시키는 「주거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대표 발의됐다. 지원의 손길이 닿지 않던 사각지대를 법 조문으로 처음 그려낸 시도다. 하지만 법안 하나로 800만 명의 구조적 문제가 해소될 리 없다.
경제·세제의 4인 가구 편향
세금 제도도 같은 편향을 공유한다. 소득세 기본공제 체계, 건강보험료 산정 방식, 청약 가점 제도까지 가구원이 많을수록 유리하게 설계된 항목들이 즐비하다. 1인 가구는 동일 소득에서 더 높은 실효세율을 부담하는 구조다. 소비 패턴도 다르다. 소포장·소용량 상품의 단가는 대용량보다 높고, 식재료 낭비율도 크다. 혼자 산다는 사실 자체가 추가 비용을 발생시킨다.
주거 시장에서의 불리함은 더 직접적이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단지의 전용면적 기준이나 공공임대 공급 물량 대부분은 중대형 위주로 배분돼 있다. 1인 가구가 선호하는 전용 33㎡ 이하 소형 공공주택 공급은 수요에 한참 못 미친다. 서울 도심의 1인용 소형 주택 공실률이 낮은 것은 수요가 적어서가 아니라 공급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고령·청년·이혼 — 1인 가구의 세 얼굴
800만이라는 숫자 안에는 균질한 집단이 없다. 자녀가 독립하고 배우자를 먼저 보낸 70대 독거 노인, 취업 준비 중인 20대 청년, 이혼 후 혼자 남겨진 40대 중반 남성. 이들의 위험 지형은 판이하게 다르다. 고령 1인 가구는 고독사·의료 접근성이 핵심 과제고, 청년 1인 가구는 주거비와 사회적 고립이, 중장년 남성 1인 가구는 복지 사각지대와 정신건강이 더 뚜렷한 균열선이다.
그런데 현행 정책은 이 세 집단을 사실상 하나의 범주로 묶어 다룬다. 노인 돌봄 서비스는 연령 기준이 있어 중장년을 배제하고, 청년 주거 지원은 소득 하한선이 있어 영세 프리랜서를 걸러낸다. 세밀한 분류 없이는 아무리 예산을 늘려도 엉뚱한 곳에 물을 붓는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인구학자들은 1인 가구 비중이 2040년대에는 40%를 넘어설 것으로 분석한다. 지금 손대지 않으면, 4인 가구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나라 인구의 절반에게 작동하지 않는 시대가 온다. 법 한 줄을 고치는 속도가, 혼자 사는 사람이 늘어나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