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0일, 제22대 총선 지역구 투표함이 열렸다. 개표 결과 낙선자에게 쏠린 표, 즉 아무런 대표를 만들어내지 못한 사표(死票)는 1213만 6757표였다. 전체 유효표의 41.52%다. 유권자 열 명 중 네 명의 선택이 의석으로 전환되지 못한 채 증발했다.

수치만 놓고 보면 21대 총선(43.73%)보다 소폭 개선됐다. 그러나 이 '개선'은 제도의 진보가 아니라 선거 결과의 편향이 만들어낸 착시에 가깝다. 민주당이 지역구를 압도적으로 휩쓸수록 각 선거구의 낙선표 비율이 낮아지는 구조적 효과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득표율 5.4%p 차이, 의석은 71석 차이

현행 소선거구 단순다수제가 낳는 왜곡은 수도 서울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났다. 22대 총선 서울 지역구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득표율 격차는 5.9%p에 불과했다. 그러나 48개 의석의 배분은 37대 11이었다. 민주당이 77.1%를 독식한 셈이다. 6%p 안팎의 민심 차이가 66%p의 의석 차이로 증폭됐다.

전국 단위로 봐도 마찬가지다. 민주당(50.5%)과 국민의힘(45.1%)의 지역구 득표율 격차는 5.4%p였지만, 획득 의석은 161석 대 90석으로 약 1.8배, 71석 차이가 났다. 유권자의 의사가 의석으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무언가가 심하게 굴절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것이 표의 등가성(等價性) 문제의 핵심이다. 어느 선거구에서 누구에게 투표하느냐에 따라 한 표의 실질적 가치가 달라진다.

비례대표도 사표 — 51.7cm 투표용지의 역설

비례대표 제도는 이 왜곡을 보정하기 위해 설계됐다. 하지만 22대 총선의 비례대표 투표 결과는 다른 문제를 드러냈다. 38개 정당이 후보를 등록하면서 투표용지 길이는 역대 최장인 51.7cm를 기록했고, 선거관리위원회는 30년 만에 전면 수개표를 실시해야 했다. 그 결과 비례대표 무효표는 130만 9931표로, 2004년 1인 2표제 도입 이래 최다이자 최고 비율인 4.4%를 찍었다. 당선인을 내지 못한 34개 군소정당의 표까지 합산한 비례대표 사표는 379만 1674표, 전체 투표수의 12.8%에 달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서 오히려 위성정당 창당을 유도하고, 투표용지를 길게 만들어 유권자의 혼란을 키운 결과다. 비례성을 높이려 설계한 제도가 되레 더 많은 사표를 양산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했다.

개혁 논의는 왜 멈춰 서는가

헌법재판소는 2014년 선거구 간 인구 편차 허용 기준을 인구비율 3대 1에서 2대 1로 강화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표의 등가성을 헌법적 가치로 명확히 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선거구제 자체의 구조적 개혁은 10년이 지나도록 제자리다.

국회는 2023년 4월 전원위원회를 구성해 나흘간 토론했으나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22대 총선 결과 거대 양당 및 위성정당이 300석 중 283석, 즉 94.3%를 점유한 현실에서 선거제 개혁의 정치적 동력은 더욱 약해졌다. 현행 제도로 이익을 보는 세력이 의석의 절대 다수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가 22대 국회 개원 직후 위성정당 방지법과 비례대표제의 근본 개혁을 촉구하고 나선 것도 이 구조적 교착을 의식한 압력이었다.

중대선거구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독일식 혼합형 등 대안 모델은 이미 오래전부터 논의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다. 선택지가 없는 게 아니라, 선택할 유인이 없는 쪽이 다수를 점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1213만 표를 사표로 만드는 제도를 바꾸는 일은 결국, 그 제도 덕분에 당선된 이들의 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