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함양군의 가야시대 산성 척지토성이 약 1500년 전 지역 정치·행정의 중심 거점이었다는 고고학적 증거가 확인됐다. 국가유산청 지원으로 진행된 발굴조사에서 당시 가야인들의 토목 기술 수준과 성곽의 장기적 운용 흔적이 드러났다.
발굴조사의 가장 주목할 성과는 동쪽 성벽에서 발견된 '층첩성토' 축조 기법이다. 이는 흙을 여러 겹으로 반복해 단단히 다져 쌓아올리는 고난도 방식으로, 5세기 중엽 가야인들이 보유했던 뛰어난 건설 기술을 증명한다. 또한 동문지에서는 서로 다른 시기에 축조된 석축 시설 3기가 중첩된 상태로 발굴되었으며, 일부 석축은 물의 흐름을 통제하는 보 기능을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성곽이 단순한 일회성 방어기지가 아니라 5세기 중엽부터 6세기 전반까지 오랜 기간 증·개축되며 지역 지배의 핵심 인프라로 기능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함양 지역 최고 지배층의 무덤군인 '백천리고분군'이 인접해 있다는 점에서 이 일대가 가야 말기 함양의 정치·군사 중심부였다는 주장이 강화되었다.
함양군 관계자는 이번 발굴 성과가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함양 지역 가야사의 실체를 규명하고 고대사 속 독자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전환점」이라며, 앞으로 척지토성의 역사적 가치 보존과 체계적 활용 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