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개정 논의가 다시 정치권 테이블 위에 올랐다. 현행 5년 단임제 대통령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꾸자는 흐름이 여야 양쪽에서 동시에 형성되는 모양새지만, 핵심 쟁점을 둘러싼 입장 차는 여전히 선명하다.
국민의힘 "연임 불가 선언이 먼저"
국민의힘은 7일 더불어민주당의 개헌 추진 방식을 정면 비판했다. 당 지도부는 「민주당이 통과시키겠다는 개헌안은 정략적 술수」라고 규정하며, 개헌 논의를 실질적으로 진전시키려면 이재명 대통령이 먼저 '연임 불가'를 공개 선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직 대통령이 중임제 전환의 직접 수혜자가 될 수 있는 구조에서는 개헌 자체의 정당성이 흔들린다는 논리다. 선언 없이 추진되는 개헌은 특정 정치인의 집권 연장을 위한 수단으로 읽힐 수 있다는 것이 야당 측 주장의 핵심이다.
개헌 필요성 자체는 여론도 공감
2025년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현행 5년 단임제를 바꿔야 한다는 응답이 과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5년 단임제는 대통령이 재선 부담 없이 장기 과제를 밀어붙일 수 있다는 설계 의도와 달리, 임기 후반 레임덕이 가속화되고 정책 연속성이 끊기는 문제를 반복해왔다. 1987년 체제의 산물인 이 구조를 손봐야 한다는 인식은 여야를 막론하고 어느 정도 공유되고 있다.
4년 중임제가 대안으로 부상한 이유
4년 중임제는 대통령이 1차 임기 4년을 마친 뒤 국민 심판을 다시 받아 연임 여부를 결정받는 구조다. 책임정치 강화와 정책 연속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대안으로 거론된다. 다만 권력 집중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중임에 성공한 대통령이 8년간 국정을 장악할 경우 견제 장치가 충분하냐는 문제는 별도 설계가 필요하다.
실현 가능성, 국회 문턱이 관건
개헌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과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 현재 여야 의석 분포를 감안하면 특정 정당 단독으로는 발의조차 불가능하다. 야당이 다수 의석을 점하고 있어 발의 자체는 수적으로 가능하지만, 의결 정족수인 3분의 2에 도달하려면 여야 간 실질적 합의가 불가피하다. 연임 불가 선언을 둘러싼 신경전이 합의 테이블 구성 이전에 선결 조건으로 걸려 있는 만큼, 개헌 논의가 실제 입법 과정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개헌은 헌법 조문 하나를 바꾸는 기술적 작업이 아니다. 권력을 어떻게 분산하고 누가 그 권력을 쥐느냐의 문제다. 여야가 그 질문에 정치적 이해관계 밖에서 답을 내놓을 수 있을지, 당분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