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대를 잡지 않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시대의 서막으로 기대를 모았던 '레벨3 자율주행'의 상용화 전선에 제동이 걸렸다. 완성차 업계가 공언했던 출시 일정이 잇따라 연기되면서, 기술적 완성도와 법적 책임 소송에 대한 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그룹은 기술적 완성도와 안전성 검증을 이유로 제네시스 G90 및 기아 EV9의 레벨3 자율주행(HDP·Highway Driving Pilot) 탑재 출시를 수차례 연기했으며, 향후 G90 부분변경 모델 등을 통해 탑재 시점을 재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단순한 일정 조율을 넘어, 인간에서 시스템으로 운전 주도권이 넘어가는 '레벨3'의 기술적·제도적 벽이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기술적 신뢰성과 '제어권 전환'의 치명적 공백

자율주행 분류 기준에 따르면 레벨2까지는 운전자가 주행의 주체이자 책임자이지만, 레벨3부터는 지정된 조건에서 시스템이 주행을 주도한다. 문제는 시스템이 한계에 도달했을 때 운전자에게 운전대를 넘기는 '제어권 전환(Takeover Request)' 과정에 있다. 업계와 학계의 분석에 따르면, 시스템이 경고를 보낸 후 운전자가 상황을 인지하고 실제 제어권을 잡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4초에서 길게는 10초에 달한다. 시속 100km로 달리는 고속도로에서 10초는 차량이 약 277m를 무방비로 진행하는 거리다. 이 찰나의 순간에 발생하는 안전 공백을 기술적으로 어떻게 메울 것인가가 첫 번째 난제다.

또한 센서의 한계도 명확하다. 폭우, 폭설, 혹은 역광과 같은 악천후 상황이나 도로 위의 갑작스러운 낙하물 등 돌발 변수 앞에서 현재의 라이다(LiDAR)와 카메라 기반 센서 시스템은 완벽한 대응을 보장하기 어렵다. 완성차 제조사들이 99.9%의 성공률을 넘어 사고율 '0%'에 수렴하는 극단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전까지 선뜻 상용화 버튼을 누르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누구의 책임인가' 법적·제도적 가이드라인의 부재

기술적 한계보다 더 큰 장벽은 '사고 책임 소재의 모호성'이다. 레벨3 자율주행 중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이 차량 제조사에 있는지 혹은 제어권 전환 요구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한 운전자에게 있는지를 명확히 규명하기는 극히 어렵다. 현행 법체계와 보험 제도는 여전히 인간 운전자를 전제로 설계되어 있어, 자율주행 중 발생한 사고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책임 공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주요국들은 이에 대응해 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독일은 이미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레벨3 자율주행차의 운행을 허용하고 블랙박스 장착을 의무화했으며, 일본 역시 사고 발생 시 일차적 책임을 원칙적으로 차량 보유자에게 묻되 시스템 결함이 증명되면 제조사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도록 법적 기반을 다졌다. 반면 국내의 경우 관련 가이드라인과 보험 표준약관 등의 논의가 시작 단계에 머물러 있어, 제조사 입장에서는 선제적으로 기술을 도입했다가 막대한 법적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인프라 융합과 사회적 합의가 만드는 자율주행의 미래

결국 레벨3 자율주행의 안착은 개별 기업의 기술력 과시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이는 자동차 산업을 넘어 법조계, 보험업계, 그리고 정부 부처가 함께 풀어야 할 '사회적 시스템'의 문제다. 정부는 정밀 도로 지도 구축, 실시간 교통 정보를 송수신할 수 있는 차세대 지능형 교통체계(C-ITS) 등 도로 인프라를 조속히 고도화해야 한다. 동시에 사고 시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릴 수 있는 데이터 기록 장치의 규격화와 법적 가이드라인 제정이 병행되어야 한다.

레벨3의 지연은 퇴보가 아닌, 더 안전한 미래를 향한 '숨고르기'로 해석해야 한다. 기술의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이를 보완할 제도적 안전망을 촘촘히 짜는 것만이, 머지않은 미래에 도로 위에서 인간의 안전을 담보하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