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 9,316건. 2019년 7월부터 2024년 5월까지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건수다. 하루 평균 스물두 명이 「나는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했다」고 국가에 손을 내밀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 손을 국가는 어떻게 잡았을까. 검찰 송치 후 실제 기소로 이어진 사건은 손가락으로 꼽는 수준에 그친 것으로 전해진다. 신고 건수와 기소 건수 사이의 그 거대한 낙차. 거기에 이 법의 진짜 얼굴이 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2019년 7월 16일 시행됐다. 당시 입법 취지는 분명했다. 상사의 언어폭력, 부당한 업무 배제, 집단 따돌림 같은 조직 내 권력형 폭력을 법의 울타리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것.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 이 법은 피해자에게 「신고할 수 있는 권리」를 주었을 뿐, 「보호받을 수 있는 현실」을 주지는 못했다는 비판이 노동계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된다.

왜 이렇게 됐는가. 구조의 문제다. 현행법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했을 때 1차 조사 주체는 사업주 또는 사업주가 지정한 내부 담당자다. 가해자가 사업주이거나 그 측근일 경우, 조사 자체가 왜곡될 여지가 구조적으로 열려 있다. 고용노동부가 개입할 수 있는 건 사업주가 조사·조치 의무를 위반했을 때뿐이고, 그 처벌도 최대 500만 원 과태료다. 괴롭힘 행위 자체를 직접 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이 법은 괴롭힘을 금지하면서도, 괴롭힘을 한 사람을 형사처벌하지 않는 이상한 구조 위에 서 있다.

신고자들이 마주하는 현실은 더 가혹하다. 피해를 신고한 뒤 오히려 불이익을 당하거나, 신고 사실이 조직 내부에 알려져 2차 피해를 입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게 노동상담 현장의 공통된 증언이다. 법은 신고자 보호를 명시하고 있지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익명이 보장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신고했다가 더 힘들어졌다」는 말이 피해자들 사이에 퍼지면, 다음 피해자는 신고 대신 침묵을 택한다. 법이 오히려 신고 억제 기제로 작동하는 역설이다.

독일은 직장 내 괴롭힘을 노동법과 민사법 양쪽으로 규율하며, 사용자의 예방 의무와 피해자 전보 청구권을 명확히 보장한다. 프랑스는 정신적 괴롭힘에 대해 형사처벌 조항을 두고, 기업 측이 방관했을 경우 연대 책임을 진다. 한국의 현행 구조와는 출발점이 다르다. 물론 법 체계나 사회문화적 맥락이 달라 단순 비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최소한 「가해 행위의 형사 처벌 가능성」과 「독립된 외부 조사 기구」라는 두 축이 없는 한, 이 법은 계속 이빨 없는 호랑이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입법 이후 수차례 개정 논의가 있었다. 가해자 직접 처벌 조항 신설, 외부 조사 기관 도입, 신고자 보호 강화 등이 반복적으로 거론됐다. 그러나 경영계의 반발과 국회의 우선순위 조정 속에서 핵심 개정은 번번이 미뤄졌다. 3만 9천 명이 신고하는 동안, 국회는 다섯 번의 계절을 보냈다.

법이 있다는 것과 법이 작동한다는 것은 다르다. 매일 스물두 명이 신고서를 내밀고, 대부분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사무실로 돌아간다. 그 반복이 5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쯤 되면 물어야 한다. 이 법은 노동자를 위해 만들어진 것인가, 아니면 「법이 있다」는 면피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