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9일 오전 10시(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패배를 떠안았다. 승점 0. 조 최하위. 그리고 경기 후 가장 많이 언급된 장면은 골이 아니었다. 손흥민이 그라운드를 떠난 61분이었다.
주장이자 에이스가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됐다. 팀이 뒤지고 있던 상황이었다. 추격이 절실한 순간, 가장 결정적인 선수가 벤치에 앉았다. 홍명보 감독의 선택은 즉각적인 논란을 불렀고, 그 파장은 전술 토론을 넘어 리더십 전체에 대한 질문으로 번졌다.
전술 선택의 맥락: 교체 타이밍이 말해주는 것
스포츠 과학의 측면에서 에이스 조기 교체는 두 가지 논리로 정당화될 수 있다. 하나는 체력 관리, 다른 하나는 전술적 전환이다. 그러나 이 경기에서 두 논리 모두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별리그 2차전은 탈락 위기가 현실화되는 분기점이다. 체력 비축보다 결과가 앞서야 하는 국면이었다.
손흥민은 토트넘 홋스퍼에서 시즌 내내 주전으로 뛰었고, 대표팀 합류 당시 컨디션 이상을 공식적으로 보고받은 정황도 확인되지 않는다. 전술적 전환 역시 교체 이후 팀의 공격 흐름이 개선됐다는 근거가 없다. 결과론이라는 반론이 있지만, 분석은 결과가 아니라 의사결정의 근거를 따진다. 그 근거가 외부에 명확히 설명되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문제의 일부다.
리더십의 문제: 설명하지 않는 감독
홍명보 감독은 선임 과정부터 잡음을 안고 출발했다. 대한축구협회의 절차적 투명성 논란이 불거졌고, 취임 초기부터 감독의 권위는 정당성 시비와 함께 시작됐다. 리더십 연구에서 정당성(legitimacy)은 성과가 쌓이기 전까지 소통으로 보완된다. 홍 감독이 선택한 방식은 달랐다. 전술 결정에 대한 공개적 설명을 최소화했고, 비판에는 원칙적 입장만을 반복했다.
이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단순히 소통 스타일의 차이가 아니다. 대표팀 감독의 결정은 협회·선수단·팬 모두를 향한 공적 행위다. 설명 없는 결정은 선수단 내부의 혼선을 키우고, 다음 경기를 앞둔 심리적 응집력을 허문다. 손흥민이 교체된 뒤 팀이 보여준 경기력이 이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구조적 문제: 감독 한 명의 실수인가, 시스템의 공백인가
한국 축구의 반복되는 패턴이 있다. 대회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 감독 개인에게 책임이 집중되고, 협회의 구조와 선수 육성 시스템은 논의에서 빠진다. 이번에도 그 패턴이 작동하고 있다. 그러나 61분 교체 논란이 촉발한 질문은 더 깊은 곳을 가리킨다. 감독에게 전술 결정을 제대로 보좌하는 코칭 스태프 체계가 갖춰져 있는가. 경기 중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분석 인프라는 존재하는가. 세계 주요 축구 강국이 수년 전부터 구축한 퍼포먼스 분석 시스템을 한국 대표팀이 동등하게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홍명보 감독의 전술 선택이 옳았는지 그렇지 않았는지는 남은 경기들이 추가 데이터를 제공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드러난 것은 분명하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가장 중요한 선수를 내보내는 결정이 왜 이루어졌는지, 감독도 협회도 납득할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그것이 전술의 실패보다 더 오래 남는 상처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