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달 오조작 의심 사고 567건. 그 중 70.5%가 60세 이상 고령 운전자였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2026년 6월 발표한 2021~2025년 사고 분석 결과다. 숫자가 가리키는 방향은 하나다. 고령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이 도로 위 구조적 위험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

오조작은 왜 고령자에게 집중되나

페달 오조작은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순간 가속 페달을 밟거나, 두 페달을 동시에 밟는 실수를 말한다. 고령 운전자에게 이 실수가 집중되는 데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인지 반응 속도 저하, 발목과 하지 근력 감소, 공간 지각 능력 약화가 맞물리면서 순간적 판단이 흐트러진다. 특히 주차장처럼 좁고 시각적 혼잡이 높은 환경에서 오조작 빈도가 높아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오조작이 발생하는 순간, 운전자가 패닉 상태에 빠져 오히려 페달을 더 세게 밟는 이른바 '패닉 액셀' 현상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차량이 벽이나 장애물을 향해 급가속하는 대형 사고로 번지는 구조다.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의무화 논의 어디까지 왔나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PMPAS·Pedal Misapplication Prevention Assist System)는 정지 상태나 저속 주행 중 가속 페달이 급격히 눌리면 엔진 출력을 차단하거나 경고를 발령하는 기술이다. 일본은 2022년부터 신차 탑재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기 시작했고, 유럽연합(EU)도 자동 비상 제동 시스템과 연계한 규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의무화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 일부 제조사가 자율적으로 탑재하고 있지만, 차종과 등급에 따라 적용 범위가 제각각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저속·주차 환경에서의 오조작을 막는 데 이 장치의 효과가 실증됐다고 평가하면서도, 기술 표준화와 인증 체계 부재가 의무화의 걸림돌로 거론된다.

면허 반납만으로는 한계…복합 대책이 과제

고령 운전자 사고 대책으로 거론되는 또 다른 축은 면허 자진 반납 제도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교통카드나 소정의 지원금을 제공하며 반납을 유도하고 있지만, 대중교통 인프라가 취약한 농촌·외곽 지역에서는 운전이 생활 이동의 유일한 수단인 경우가 많아 반납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면허 반납 유도와 장치 의무화를 병행하는 투트랙 접근이 현실적이라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나이 자체를 기준으로 운전 자격을 제한하기보다, 정기적인 인지·반응 능력 검사를 강화하고 차량에 기술적 안전망을 함께 씌워야 한다는 논리다.

삼성화재 연구소의 이번 분석은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단순한 편의 기능이 아닌 안전 필수 사양으로 재정의하는 근거로 작용할 전망이다. 관련 법제화 논의가 이 데이터를 어떻게 흡수하느냐가 향후 정책 속도를 가를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