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7일, 하루 14시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2023년 1월 발표한 웹툰 작가 실태조사 결과다. 조사 대상 작가 다수가 법정 노동시간을 현저히 초과한 상태에서 작업하고 있었으며, 만성 근골격계 질환과 수면 장애를 호소하는 비율도 높았다.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의 상당수는 '연재를 중단하고 싶어도 계약 구조상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2022년 7월, 누적 조회수 140억 뷰를 돌파하며 국내외 팬덤을 형성한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의 원작 스토리 작가 장성락 씨가 37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그러나 이 사건이 예외적 비극이 아니라는 데 문제의 핵심이 있다. 전후로 복수의 웹툰·웹소설 작가가 과로 및 건강 악화로 유명을 달리했다는 증언이 창작자 커뮤니티를 통해 잇따랐다.
구조적 압박: '주 1회 연재'가 만든 소진의 사슬
한국 웹툰 산업의 표준 연재 모델은 주 1회 정기 업로드다. 독자 이탈을 막기 위한 플랫폼의 알고리즘 설계가 이 주기를 사실상 강제한다. 회차가 한 주라도 밀리면 추천 노출이 줄고, 노출이 줄면 수익이 직격탄을 맞는다. 작가 입장에서 '쉼'은 곧 '손실'로 환산된다.
문제는 웹툰 한 회차를 완성하는 데 필요한 물리적 시간이다. 작화·채색·배경·대사·수정 작업을 합산하면 통상 40~80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산한다. 주 1회 마감을 지키려면 보조 작가(어시스턴트)를 두더라도 작업 여유는 거의 없다. 인기 작품일수록 독자 기대치가 올라가 작화 퀄리티 압박도 함께 높아진다. 연재가 길어질수록 작가의 신체적·정신적 자원은 소진 방향으로만 흐른다.
수익 배분의 불균형: 플랫폼은 키우고 작가는 마른다
K웹툰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2조 원을 넘어섰고, 네이버웹툰·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플랫폼은 글로벌 시장에서 수억 명의 이용자를 확보했다. 그러나 이 성장의 과실이 창작자에게 균등하게 흘러가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플랫폼과 작가 간 수익 배분 비율은 계약에 따라 다르지만, 업계에서는 플랫폼이 유료 콘텐츠 매출의 절반 이상을 가져가는 구조가 일반적이라고 본다. 광고 수익, 2차 저작권(드라마·영화·게임 IP) 계약에서도 창작자의 협상력은 플랫폼에 비해 현저히 낮다. 신인 작가의 경우 선고료(미리보기 원고료) 없이 수익 배분만으로 계약하는 사례도 적지 않아, 연재 초기 수개월간 사실상 무보수로 작업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더 구조적인 문제는 '전속 계약'에 가까운 독점 조항이다. 일부 계약서에는 동일 장르 타 플랫폼 연재를 제한하는 조건이 포함되어 있어, 작가가 수익 다변화를 꾀하기 어렵다. 프리랜서 신분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전속 노동자에 가까운 지위다.
지속 성장의 조건: 창작자 없는 플랫폼은 없다
한국 웹툰은 현재 프랑스·태국·인도네시아 등 100개국 이상에 수출되며 'K콘텐츠'의 핵심 수출재로 자리 잡았다. 그 경쟁력의 원천은 결국 작가의 창작력이다. 그러나 창작자 풀이 과로와 저보상으로 소진된다면, 플랫폼의 외형 성장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일부 플랫폼이 작가 복지 프로그램·안식 연재 제도를 도입하고 있지만, 업계 전반의 표준 계약 관행을 바꾸는 데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웹툰 표준계약서 보급을 추진하고 있으나, 실제 현장 채택률은 낮다는 것이 창작자 단체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플랫폼 주가와 글로벌 MAU(월간 활성 이용자 수) 숫자 뒤에, 매주 마감을 버티는 작가들이 있다.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논하려면 그 숫자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