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이 아시아를 넘어 북미·유럽 시청자의 알고리즘을 파고든다. 미국 NBC가 한국 예능 포맷을 사들여 자국 버전을 제작하고, 동남아 방송사들은 한국 제작진을 직접 초청해 현지 버전 제작을 의뢰한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K-콘텐츠 수출의 주역은 압도적으로 드라마였다. 지금은 다르다.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 추정치에 따르면, 2024년 한국 방송 콘텐츠 수출액은 약 12억 달러 규모에 달한다. 그 안에서 예능 포맷 판매 건수는 연간 200건 안팎으로 늘었다. 숫자만 보면 평범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포맷 판매란 단순히 프로그램 한 편을 파는 것이 아니다. 제작 매뉴얼, 연출 노하우, 심지어 한국 작가와 PD의 현지 파견 계약까지 묶인 '패키지 수출'이다. 콘텐츠 산업에서 포맷은 곧 지식재산권(IP)이다.

왜 지금, 왜 예능인가

드라마는 언어와 정서의 장벽이 있다. 자막이 없으면 서사가 전달되지 않는다. 예능은 다르다. 웃음의 구조, 경쟁의 긴장감, 인간관계의 역학은 언어를 초월해 작동한다. 「런닝맨」이 태국·베트남에서 자국 버전으로 제작된 것도, 「복면가왕」이 미국·중국·태국 등 10개국 이상에서 현지화된 것도 그 때문이다. 포맷의 핵심 재미가 번역 없이 통했다.

여기에 OTT 플랫폼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넷플릭스가 한국 예능에 오리지널 투자를 시작하면서 글로벌 유통망이 한꺼번에 열렸다. 「솔로지옥」 시리즈는 연애 리얼리티 장르로 세계 각국 상위권에 올랐고, 「피지컬: 100」은 서바이벌 예능이 스포츠 콘텐츠와 결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실증했다. 한국 예능이 '아시아 수출용'에서 '글로벌 오리지널'로 격상되는 순간이었다.

제작 경쟁력의 뿌리: 속도·밀도·PD 시스템

업계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꼽는 한국 예능의 강점은 세 가지다. 첫째, 제작 속도. 한국 예능 PD는 기획부터 파일럿 편성까지 3~6개월 안에 끝낸다. 미국 주요 방송사의 포맷 개발 주기가 통상 1~2년인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이다. 둘째, 편집 밀도. 자막·효과음·자막 리액션이 밀집된 편집 스타일은 숏폼 소비에 익숙해진 글로벌 MZ 세대의 시청 패턴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셋째, PD 중심 제작 문화. 한국에서 PD는 기획자이자 연출자이자 편집 감독이다. 역할이 분산된 서구 제작 시스템보다 의사결정이 빠르고 일관성이 높다는 평가가 현지 파트너사에서 반복적으로 나온다.

그러나 이 구조에는 그림자도 있다. PD 한 명에 의존하는 집중 방식은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번아웃과 저작권 귀속 문제를 만든다. 포맷 수출이 늘수록 「이 아이디어가 누구의 것인가」를 둘러싼 분쟁도 따라 증가한다는 지적이 업계 내부에서 나온다.

다음 전장: 포맷 판매에서 IP 생태계로

현재 K-예능 수출의 대부분은 아시아와 북미에 집중돼 있다. 유럽 시장은 아직 초입 단계다. 영국·프랑스 등 자국 예능 포맷 전통이 강한 나라들은 외부 포맷 수입에 보수적이다. 뚫으려면 현지 제작사와의 공동 개발, 즉 포맷 기획 단계부터 유럽 감수성을 이식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 근본적인 과제는 단발성 포맷 판매를 넘어 IP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복면가왕」이나 「복면가왕」 스타일의 포맷이 전 세계에서 제작되고 있지만, 원천 IP 수익의 상당 부분은 아직도 현지 방송사에 귀속된다. 드라마 세계관이 굿즈·웹툰·게임으로 확장되듯, 예능도 IP 다각화가 가능하다는 시도들이 막 시작됐다.

K-예능이 세계 시청자에게 증명한 것은 단순히 「한국 방송이 재미있다」는 사실이 아니다. 빠르게 만들고, 치밀하게 편집하고, 포맷으로 팔 수 있다는 산업적 근육이다. 드라마가 먼저 문을 열었다면, 예능은 그 문을 더 넓히고 있다. 남은 질문은 하나다. 팔리는 포맷을 넘어, 기억되는 IP를 만들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