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축구연맹이 2008년 전 구단에 의무화한 연령별 유스팀 체계가 17년 만에 뚜렷한 결실을 맺고 있다. K리그 구단의 아카데미에서 성장한 10대 유망주들이 유럽 명문 구단의 스카우트 레이더에 포착되며 이적 협상이 이어지고 있다.
제도가 바꾼 육성 지형
한국프로축구연맹은 U-12·U-15·U-18로 이어지는 3단계 유스 체계를 전 구단에 의무화했다. 이와 함께 준프로 계약 제도를 도입해 고교 재학 중인 유망주도 구단과 정식 계약을 맺을 수 있게 했다. 이 제도는 선수가 무계약 상태로 해외로 유출되는 경로를 차단하는 동시에, 구단이 유망주에게 체계적인 훈련 환경을 제공할 유인을 높였다.
과거에는 재능 있는 선수가 중학교 졸업 후 일본이나 유럽 유스팀으로 직행하는 경우가 잦았다. 지금은 국내 아카데미에서 충분히 성장한 뒤 프로 무대를 거쳐 유럽으로 이어지는 경로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 스카우트가 주목하는 이유
K리그 유스 출신 선수들이 유럽에서 주목받는 배경에는 전술 이해도와 기술적 완성도가 동시에 높다는 평가가 깔려 있다. 국내 아카데미들은 포지션별 세분화 훈련과 함께 비디오 분석을 정규 커리큘럼에 포함시켜 왔다. 훈련 방식이 유럽의 현대적 육성 모델과 유사해졌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여기에 이강인·조규성 등 선배 세대의 유럽 진출이 한국 선수에 대한 인지도를 높인 점도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스카우트 입장에서 한국 유망주는 '검증된 시장'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남은 과제
구조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과제는 남는다. 이적 이후 적응 실패 사례가 반복될 경우 한국 유망주 전반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유스 단계에서의 어학 교육과 문화 적응 지원이 체계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술적 완성도만으로는 유럽 무대의 긴 시즌을 버티기 어렵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들의 일관된 진단이다.
K리그 아카데미가 한국 축구의 수출 창구로 기능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 흐름이 일회성 화제로 끝날지, 구조적 전환으로 이어질지는 앞으로 2~3년 안에 드러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