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정문 앞, '임대' 문의가 붙은 원룸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다. 한때 학생들로 붐볐던 식당과 복사점은 굳게 닫힌 셔터 위로 먼지만 쌓여간다. 저녁이 되면 가로등 불빛만이 쓸쓸하게 거리를 비출 뿐, 오가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가상의 재난 영화 속 한 장면이 아니다. 학령인구 감소의 직격탄을 맞고 문을 닫은 대한민국 지방 대학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늘의 자화상이다. 대학의 폐교는 단순히 하나의 교육기관이 사라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역 공동체의 생존을 흔드는 연쇄적인 파장을 낳고 있다.
지방 대학은 지역 사회에서 단순한 배움의 터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수천 명의 학생과 교직원은 지역 소비의 핵심 주체이자, 지방 세수를 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대학을 중심으로 형성된 상권과 주거 지역은 지역 경제의 모세혈관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대학들이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하면서, 이 모세혈관들이 한꺼번에 막히는 '경제적 동맥경화' 현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거대한 흉물로 남은 캠퍼스, 멈춰버린 지역 경제
대학 폐교가 가져오는 가장 즉각적인 타격은 부동산 시장과 지역 자산 가치의 폭락이다. 학교가 문을 닫으면 대학가는 순식간에 공동화(空洞化)되고,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교육 시설은 처치 곤란한 애물단지로 전락한다.
교육계와 자산처분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9년 8월 파산 선고를 받은 학교법인 광희학원의 사례는 지방대 폐교의 상흔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당시 처분 대상이 된 183만 5,117㎡ 규모의 대학 부지는 최초 최저입찰금액이 388억 원에 달했으나, 매수자를 찾지 못해 수차례 유찰을 거듭한 끝에 결국 133억 원까지 감정가가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다. 이는 폐교 자산이 지역 사회의 거대한 '흉물'로 방치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표적 지표다.
이처럼 수백억 원을 호가하던 캠퍼스 부지가 유찰을 거듭하며 가치가 급락하는 동안, 인근 상인들과 원룸 임대업자들의 삶은 무너져 내린다. 대학 하나에 의존해 생계를 유지하던 주민들은 소득원이 끊기며 파산 위기에 직면하고, 이는 다시 지방자치단체의 세수 감소와 공공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유발한다.
청년 유출과 인구 절벽, '지방 소멸'의 가속화
더 큰 문제는 인구 구조적 측면에서의 치명타다. 대학은 지역에 청년층을 유입시키고 머무르게 하는 거의 유일한 '인구 댐' 역할을 해왔다. 대학이 사라진 지역에는 청년들이 발을 붙일 이유가 없어진다. 청년 인구의 유출은 곧바로 고령화율의 급등과 출생률 저하로 이어지며, 지역의 지속 가능성 자체를 위협한다.
행정안전부와 통계청의 인구 동향 자료를 분석해 보면, 지방 대학의 폐교 시점과 해당 지자체의 인구 감소 폭은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인다. 청년들이 떠난 자리는 고령층만이 메우게 되고, 이는 지역의 생산성 저하와 활력 상실로 직결된다. 결국 대학의 폐교는 지역 소멸의 시계를 수십 년 앞당기는 기폭제가 되고 있는 셈이다.
단순 폐교 넘어선 '공간의 재탄생'과 제도적 해법
전문가들은 이제 지방대 폐교를 개별 대학의 경영 실패나 자연스러운 시장 도태로만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거대한 흐름을 막을 수 없다면, 폐교 이후의 연쇄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연착륙 방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방치된 폐교 부지와 시설을 지역 사회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재활용하는 일이다. 규제 완화를 통해 폐교 부지를 지역 특화 산업 단지나 실버타운, 혹은 문화·체험형 공공시설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대학 자산 매각 대금이 지역 사회로 환원되어 주민들의 전업 지원이나 지역 재생 사업에 쓰일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지방 대학의 종말은 단지 교육계의 위기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토 균형 발전의 근간이 무너지는 신호탄이다. '대학의 소멸'이 '지방의 소멸'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지역 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공간의 재탄생을 위한 대담한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