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가 오는 일요일, 국민투표를 통해 인구 상한선을 1천만 명으로 설정하고 이를 위한 이민 제한 조치를 도입할지를 결정한다. 이번 투표는 최근 10년간 인구가 10% 증가하며 910만 명을 넘어섰고, 65세 이상 인구가 20세 미만 인구를 처음으로 추월하는 등 급격한 인구 변화에 따른 사회적, 경제적 영향에 대한 논쟁이 심화되면서 추진되었다.

인구 증가와 경제 성장의 딜레마

스위스는 낮은 세율을 바탕으로 네슬레(Nestle), 노바티스(Novartis) 등 글로벌 기업들을 유치하며 높은 1인당 GDP와 억만장자 수를 자랑하는 부유한 국가이다. 그러나 2024년 말 기준, 전체 인구의 41%가 이민자 또는 스위스 태생 자녀(이민 배경)를 포함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국적자 외에도 약 34만 명의 EU 시민이 매일 국경을 넘어 스위스로 출퇴근하고 있다. 스위스 우파 정당인 스위스인민당(SVP)은 이러한 인구 증가가 공공 서비스, 임금, 주거비, 교육 및 노동 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주장하며 인구 상한선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SVP는 투표 통과 시에도 연간 4만 명의 이민은 허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계, '개방성' 유지 강조하며 반대

반면, 아마존 웹 서비스(Amazon Web Services), 로슈(Roche), 구글(Google) 등 10만 개 기업을 회원으로 둔 경제 단체인 Economiesuisse는 인구 상한선 도입이 스위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루돌프 민쉬(Rudolf Minsch)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스위스의 번영은 개방성, 혁신, 유럽과의 강력한 경제 관계에 달려있다"며, "엄격한 이민 제한은 특히 EU와의 양자 협정을 훼손할 위험이 있어 올바른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약, 기술, 의료 분야 등에서 고도로 숙련된 외국인 노동력에 대한 스위스의 의존도를 언급하며, 과도한 이민 제한은 혁신과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국제적 인재 유치를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네슬레(Nestle) CEO 필립 나브라틸(Philipp Navratil) 역시 스위스의 매력적인 투자 환경 유지가 중요하며, 이는 많은 노력과 개혁 의지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투표 결과 주목

최근 여론 조사에서는 국민의 52%가 인구 상한선 도입에 반대하고 45%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국민투표에서 인구 상한선 제안이 통과될 경우, 연방 정부와 의회는 2050년까지 인구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인구가 950만 명을 초과할 경우, 망명 및 가족 재결합 프로그램이 우선적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있으며,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서면 유럽연합(EU)과의 자유 이동 협정 역시 종료될 수 있다. 이는 국경 없는 솅겐 조약(Schengen travel zone) 회원국인 스위스와 EU 간의 긴밀한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