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9시, 서울 종로구 가회동 31번지 골목. 관광객 두 명이 한옥 담장에 기대어 셀카를 찍는다. 그 담장 너머에는 누군가의 안방이 있다. 창문을 열면 카메라 렌즈와 눈이 마주치는 집. 이 골목에서 30년을 산 주민 A씨는 아침마다 커튼을 열지 못한다. 「관광지가 된 게 아니라, 우리가 전시품이 된 것」이라는 그의 말은 과장이 아니다.
북촌 한옥마을을 찾는 방문객은 코로나19 이후 빠르게 회복했다. 서울시 집계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이 일대를 찾은 관광객은 600만 명대 중반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루 평균으로 환산하면 1만7000명이 넘는 인파가 좁은 한옥 골목을 오가는 셈이다. 최근 조사에서 주민·상주 인구는 전년 동기 대비 약 7.4%(415명) 줄었지만, 낮 시간대 유동 인구는 오히려 1.8%(181명) 늘었다. 사람은 빠져나가는데 방문객은 더 많아졌다는 뜻이다.
소음·쓰레기·사생활 침해… 주민이 먼저 짐을 싼다
주민들이 가장 먼저 꼽는 문제는 소음이다. 주말 오후가 되면 가회동 일대는 확성기 없이도 목소리가 묻힐 만큼 시끄러워진다. 골목 입구에 쌓이는 커피컵과 편의점 봉투는 매일 아침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치운다. 한 주민 단체 관계자는 「구청 청소 인력이 닿기 전에 우리가 먼저 쓸어야 한다」고 했다. 낮과 밤의 온도차도 문제다. 낮엔 인파로 골목이 막히고, 밤엔 음주 관광객이 좁은 골목에서 고성을 지른다. 결국 버티지 못한 원주민들이 이사를 선택한다. 젠트리피케이션의 끝이 상가 임대료 상승이라면, 오버투어리즘의 끝은 주거지 자체의 공동화(空洞化)다.
상업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전통 한옥 구조를 유지한 채 카페와 숙박업소로 바뀐 건물이 늘면서, 실제 거주 한옥의 비율은 점점 줄고 있다. 외관은 '전통'이지만 내부는 에어비앤비 숙소인 집들이 늘어나는 역설. 관광자원으로서의 한옥마을을 지키려면 정작 한옥마을에 사람이 살아야 하는데, 그 사람들이 떠나고 있다.
세계는 이미 '관광 총량제'로 돌아섰다
이 문제가 북촌만의 것은 아니다. 베네치아는 2024년부터 성수기 당일치기 관광객에게 입장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바르셀로나는 에어비앤비 신규 허가를 전면 중단했고, 교토는 주요 골목에 관광객 출입 제한 구역을 설정했다. 공통점은 하나다. '자율에 맡겼더니 공동체가 무너졌다'는 학습 이후, 도시가 직접 총량을 관리하기 시작했다는 것.
서울시와 종로구도 대응에 나섰다. 북촌 일대에 방문객 분산 안내판을 설치하고, 심야 관광 제한 시간대를 운영하는 등의 조치가 시행됐다. 그러나 법적 강제력이 없는 권고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관광객 총량 관리와 함께 주민 생활 보호를 위한 조례 수준의 제도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관광과 삶이 공존하려면, '환대'를 강요하지 마라
지속 가능한 관광은 주민이 떠나지 않는 관광이다. 관광업계 일각에서는 방문객 수 자체보다 방문 질(質)을 높이는 '슬로우 투어리즘' 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소수 인원이 마을 해설사와 함께 골목을 걷고, 실제 주민과 교류하며 머무는 방식이다. 단기 수익보다는 낮지만, 주민과 관광객 모두의 만족도는 오히려 높다는 사례가 국내외에서 보고되고 있다.
핵심은 환대를 주민에게 일방적으로 떠넘기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관광 수익의 일정 비율을 주민 생활 환경 개선에 환원하는 '관광세' 도입 논의도 서서히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지금처럼 관광객이 얻는 경험의 비용을 주민이 조용히 치르는 구조라면, 북촌의 담장 안 풍경은 머지않아 아무도 살지 않는 세트장이 될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