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한 중학교 체육관. 2층 관람석 먼지를 닦은 흔적이 없다. 농구부가 해체된 지 3년째다. 코치를 구하지 못한 게 아니었다. 선수가 없었다. 입학생이 줄면서 운동부에 지원하는 학생 자체가 사라졌다. 담당 체육교사는 「애들이 없으니 팀이 없고, 팀이 없으니 경험도 없다」고 했다. 악순환이다.

교육부 조사 결과는 이 장면을 숫자로 확인해 준다. 전국 초·중·고교 가운데 운동부를 운영하는 학교는 2010년 6,061곳에서 2024년 3,800곳으로 줄었다. 14년 만에 2,261곳, 약 37%가 사라진 것이다. 세 학교 중 하나꼴로 운동부가 문을 닫았다는 뜻이다.

학령인구 감소, 엘리트 체육의 토대를 흔들다

운동부 소멸의 직접 원인은 학령인구 감소다. 출생아 수가 줄면 학교 운동부의 모집 인원 풀 자체가 좁아진다. 그런데 구조적 문제는 단순한 숫자 감소만이 아니다. 한국의 학교 운동부는 오랫동안 「선수 한 명을 위한 시스템」으로 설계돼 왔다. 소수의 엘리트를 조기에 발굴해 전문 훈련에 집중시키는 방식이다. 이 구조에서 학생 수가 줄면 운동부는 바로 임계점 아래로 내려앉는다. 선수 열 명이 필요한데 지원자가 셋이면, 팀이 성립하지 않는다.

지방 소도시 학교의 상황은 더 가파르다. 종목 특성상 최소 인원이 필요한 구기 종목—축구, 배구, 핸드볼—이 먼저 타격을 받는다. 수영이나 육상처럼 개인 종목도 지도자 유지 비용 문제로 흔들린다. 학교 운동부가 사라지면 그 지역 출신 선수가 국가대표로 성장할 경로 자체가 단절된다. 10년, 20년 뒤 한국 스포츠 경쟁력의 공백은 지금 이 시점에 예약되고 있는 셈이다.

일본·독일이 먼저 겪었고, 먼저 바꿨다

이 위기를 먼저 경험한 나라들은 이미 방향을 전환했다. 일본은 2000년대 초반부터 학교 운동부 의존에서 벗어나 지역 스포츠 클럽 중심의 유소년 육성 체계를 구축했다. 학교가 아닌 지역사회가 어린 선수를 키우는 구조다. 참가비를 낮게 유지하고 다양한 종목을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해, 선수 발굴과 생활 체육을 동시에 달성했다. 독일 역시 마찬가지다. 분데스리가 클럽들이 운영하는 유소년 아카데미는 학교 체계와 분리돼 독립적으로 인재를 키운다. 학교 운동부가 줄어도 선수 공급이 끊기지 않는 이유다.

한국은 여전히 학교 운동부가 엘리트 선수 육성의 사실상 유일한 진입로다. 중학교 운동부에 들어가지 않으면, 고교 팀에 가기 어렵고, 실업팀이나 프로 선수의 꿈은 사실상 닫힌다. 이 경로 자체가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패러다임 전환 없이는 위기가 반복된다

해법의 방향은 어느 정도 분명하다. 학교 운동부 중심에서 지역 생활 체육 클럽 중심으로 유소년 스포츠 육성 체계를 재편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공공 체육시설을 방과 후 클럽 운영에 개방하고, 민간 스포츠 클럽에 대한 세제 지원이나 보조금 체계를 정비해 진입 비용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기자 전형 등 입시 제도와 연계된 엘리트 편중 구조를 손보지 않으면, 생활 체육 클럽이 늘어도 학부모는 결국 학교 운동부를 고집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단기적으로는 소규모 학교 간 연합 운동부 허용 범위를 넓히는 방안도 거론된다. 학생 수가 적은 학교끼리 연합해 하나의 팀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 중이지만, 제도적 뒷받침이 미흡해 확산에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나온다.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사라지는 속도가, 대책을 논의하는 속도보다 빠르다. 지금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가 국가대표가 될 나이는 10년 후다. 그 시간이 남아 있을 때 체계를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