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한 해 동안 아동학대 신고가 50,242건 접수됐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8월 발표한 연차보고서의 숫자다. 전년도 48,522건에서 또 늘었다. 매년 기록을 갱신한다. 그런데 이 숫자 앞에서 우리가 매번 하는 말은 하나다.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물론 가해자를 엄히 다스려야 한다. 그건 당연하다. 하지만 솔직히 물어보자. 처벌 강화가 학대를 줄였는가. 신고 건수는 해마다 오른다. 처벌이 강해진 것과 반비례하듯, 아이들은 여전히 맞고, 굶고, 방치된다. 사후 처벌 중심의 시스템이 가진 구조적 한계가 여기에 있다. 범죄가 완성된 뒤에야 국가가 움직이는 구조다.

학대는 대부분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하지 않는다. 경제적 위기, 양육 스트레스 누적, 사회적 고립, 부모의 정신건강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히다가 임계점을 넘는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이 길게는 수년에 걸쳐 진행된다고 본다. 즉, 개입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그 시간 동안 국가가 어디에 있었느냐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위기 가정 조기 발굴 사업을 운영한다. 공과금 장기 미납, 의료급여 미청구, 취학 아동 무단결석 같은 신호를 행정 데이터로 감지해 복지사가 직접 방문하는 방식이다. 효과가 없는 게 아니다. 문제는 이런 시도가 전국 표준이 아니라 일부 지역의 선택적 실험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어느 동네에 사느냐에 따라 위기 가정에 손이 닿을 수도, 닿지 않을 수도 있다는 현실이 불편하다.

예방 중심 시스템으로 전환하려면 구조를 바꿔야 한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인력은 지금도 턱없이 부족하다. 사후 조사와 사례 관리를 한 명이 동시에 떠안는 구조에서 '조기 발굴'은 사치에 가까운 업무가 된다. 신고가 들어오면 움직이는 소방서 모델이 아니라, 화재 위험 가구를 미리 찾아가는 안전 점검 모델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현장에서 나오는 이유다.

학교, 어린이집, 의료기관이 위기 징후를 감지하는 '촘촘한 눈'이 되어야 한다는 논의도 오래됐다. 그러나 신고 의무자 교육은 형식적으로 흐르기 쉽고, 실제로 신고까지 이어지는 비율은 여전히 낮다는 평가가 많다. 교육이 의식을 바꾸려면, 신고 이후의 과정이 신고자에게도 납득 가능해야 한다. 신고했더니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경험이 쌓이면, 다음 신고는 주저하게 된다.

아이 한 명의 학대를 막는 데 드는 예방 비용이, 사후에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 아동을 치료하는 비용보다 훨씬 작다는 건 여러 나라의 연구가 반복해서 보여준 결과다. 우리가 아직도 더 비싸고 덜 효과적인 방법에 집착하는 건, 예산 때문이 아니라 관성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5만 건을 넘긴 신고 통계가 내년에는 어떤 숫자로 바뀔지, 그 답은 우리가 지금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