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88억 원. 서울 지하철이 지난해 노인 무임수송으로 떠안은 손실액이다. 서울교통공사의 2025년 당기순손실은 8,268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2% 늘었는데, 그 절반 이상을 단 하나의 제도가 갉아먹었다. 적자가 쌓일수록 노후 시설 보수는 밀리고, 안전 투자는 줄고, 결국 그 대가는 모든 승객이 치른다.

무임승차 제도가 처음 도입된 건 1984년이다. 당시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4%에 불과했다. 지금은 다르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은 이미 20%를 넘어섰고,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이 대열에 합류하면서 무임 이용객은 해마다 불어나고 있다. 40년 전에 설계된 기준이 인구구조가 완전히 달라진 지금까지 그대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이 지점에서 불편한 질문 하나를 던져야 한다. 65세는 과연 '노인'인가? 기대수명이 83세를 넘어선 나라에서 65세는 인생의 황혼이 아니라 한창 활동할 나이다. 실제로 많은 65세는 직장을 다니고 사업을 하고 해외여행을 즐긴다. 그 사람들에게 무조건 지하철을 공짜로 제공하는 것이 사회적 약자 보호인지, 아니면 그냥 연령 특권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물론 빈곤 노인은 실재한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OECD 최상위권이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고령층에게 이동권을 보장하는 건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그 수단이 '나이만 되면 누구나 무료'여야 하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소득 기준을 함께 적용하거나, 정액 할인으로 전환하거나, 무임승차 연령 기준을 70세로 단계적으로 높이는 방안은 진작부터 논의됐지만 번번이 정치적 부담 앞에서 멈췄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비용 부담의 구조다. 무임수송은 국가가 법으로 강제한 제도이면서, 그 손실 보전은 지방 도시철도 운영기관에 고스란히 떠넘겨져 왔다. 서울시가 일부 지원하지만 중앙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복지 정책의 비용을 운임 수입으로 메워야 하는 운영사는 구조적으로 적자를 키울 수밖에 없는 환경에 갇혀 있다. 이건 경영 실패가 아니라 설계 실패다.

해법은 두 갈래다. 첫째, 무임승차 연령 기준을 단계적으로 현실화한다. 2030년까지 68세, 2035년까지 70세로 올리는 방식이라면 충격을 분산할 수 있다. 둘째, 중앙정부가 무임수송 손실을 직접 보전한다. 국가가 만든 제도의 청구서를 지방 공기업에만 넘기는 건 책임 회피다. 두 방안을 동시에 추진해야 실효성이 생긴다.

노인을 공경하는 사회와 지속 불가능한 구조를 방치하는 사회는 다르다. 지금처럼 적자가 쌓이다 보면 언젠가 운임 대폭 인상이나 노선 축소라는 선택지만 남는다. 그때 피해는 정작 지하철을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저소득층과 교통 약자에게 집중된다. 무임승차를 손대지 않는 것이 노인을 위한 일이라는 착각, 이제는 버릴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