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어딘가, 월세 50만 원짜리 반지하에서 혼자 밥을 먹는 스물여섯 살. 그 옆집에도, 그 위층에도, 같은 나이의 누군가가 똑같이 혼자 밥을 먹고 있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수백만 명이 각자의 고독을 쌓아간다. 이 나라가 '함께'를 잃어버린 건 어쩌면 아파트 구조 탓만이 아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국내 1인가구는 804만 5천 가구를 넘어섰다. 전체 가구의 36.1%. 세 집 중 하나 이상이 혼자 산다. 특히 20·30대 청년층이 이 증가세를 이끌고 있다. 경제적 이유로 혼자 살기 시작했다가, 어느 순간 고립이 일상이 된다. 주거 문제는 진즉에 '돈 문제'를 넘어 '관계 문제'가 됐다.

이쯤에서 통념에 하나 물어보자. 청년 주거 지원이라고 하면 으레 떠오르는 게 뭔가. 전세자금 대출, 행복주택 공급, 월세 보조. 전부 '가격'과 '면적'의 언어다. 정서적 빈곤을 채우는 정책은 어디 있나. 보증금 낮춰준다고 외로움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청년 공동체 주거는 이 지점을 파고든다. 단순히 방을 나눠 쓰는 셰어하우스와는 다르다. 주거 공동체는 식사, 취미, 고민을 함께 나누는 구조적 장치를 품는다. 코리빙(co-living) 형태로 운영되는 일부 청년 주거 공간에서는 입주자 간 정기 모임, 공동 텃밭, 공유 주방 운영 같은 프로그램이 실제로 작동한다. 단순한 공간 공유가 아니라, 관계를 설계하는 것이다. 청년들이 이 모델에 반응하는 건 감성 마케팅 때문이 아니다. 진짜로 외롭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모델이 여전히 민간의 실험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공공이 뒷받침하지 않으면 결국 임대료는 오르고, 공동체는 해산된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공공 부지를 활용한 청년 공동체 주거를 직접 조성하거나, 사회적 기업이 운영하는 코리빙 공간에 운영비 일부를 지원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입주 조건에 커뮤니티 활동 참여를 명시하고, 전문 코디네이터가 공동체를 설계·관리하는 구조도 검토할 만하다. 독일, 네덜란드의 일부 도시에서 이미 시범 운영 중인 방식이다.

물론 공동체 주거가 모든 청년에게 답은 아니다. 혼자를 선택한 이들에게 굳이 '함께'를 강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청년 1인가구 다수가 고립을 선택한 게 아니라 고립에 밀려났다는 사실은 직시해야 한다. 관계를 원하지만 관계를 맺을 구조가 없는 것이다.

주거 정책이 집값만 다루는 한, 이 나라의 청년은 계속 혼자 밥을 먹는다. 벽 하나 건너에 이웃이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