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장에서 후보자가 땀을 흘린다. 의원들은 도덕성을 추궁한다. 카메라가 돌아간다. 그리고 대통령은 임명한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2년 3개월 만에 인사청문 대상 60명 중 26명, 즉 43%가 넘는 후보자가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됐다는 사실은 이 장면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다. 청문회는 검증 절차가 아니라 통과의례가 됐다.
그렇다면 청문회를 더 강하게 만들면 해결될까. 그렇지 않다. 문제는 강도가 아니라 구조에 있다. 지금 청문회는 사실상 공개 심문 쇼다. 여야 의원들은 각자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 질문을 고르고, 후보자는 버티면 된다는 사실을 안다. 보고서 채택 거부는 야당의 압박 수단이지만, 대통령이 그 압박에 굴복한 전례가 드물다. 제도가 작동하지 않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작동할 수 없게 설계된 것이다.
미국은 다르게 접근했다. 상원 인준이 필요한 고위직 후보자는 청문회 이전에 FBI의 신원 조회, 재무부의 재산 심사, 윤리 담당 기관의 이해충돌 검토를 거친다. 청문회는 이 사전 검증의 결과를 공개하고 정치적 판단을 더하는 자리다. 검증 자체가 청문회에서 이뤄지지 않는다. 우리는 반대다. 검증도 청문회에서, 판단도 청문회에서, 그리고 임명도 대통령 마음대로다.
제도적 해법은 세 갈래로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독립적인 사전 검증 기구다. 국회나 행정부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인사검증위원회를 두고, 후보자 지명 후 일정 기간 내에 재산·납세·병역·논문·이해충돌 여부를 의무적으로 조사하게 한다. 결과는 청문회 전 공개된다. 의원들이 생방송에서 자료를 찾아 헤매는 장면은 사라진다.
둘째, 청문보고서 채택 시한과 법적 효력을 손봐야 한다. 현행법상 청문보고서가 없어도 대통령은 임명할 수 있다. 이 조항이 존재하는 한 청문회는 구속력을 가질 수 없다. 보고서 미채택 시 임명을 일정 기간 유예하는 조항을 넣거나, 반대 의견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방식으로 최소한의 책임을 제도화할 수 있다.
셋째, 청문회 질의 방식의 구조 개혁이다. 의원 개인이 각자 시간을 쪼개 묻는 방식으로는 깊이 있는 검증이 불가능하다. 영국 의회처럼 전문 질의팀이 집중 심문하는 방식, 또는 특정 분야 전문가를 외부 질의인으로 참여시키는 제도를 검토할 수 있다. 정치가 아니라 검증이 중심이 되는 구조다.
청문회 무용론이 나오는 건 제도가 낡아서가 아니다. 제도가 권력을 제어하지 못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43%의 후보자가 검증 없이 자리에 앉는 나라에서,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과 능력을 신뢰하라는 요구는 공허하다. 쇼를 개선할 것인가, 쇼를 멈추고 진짜 검증을 설계할 것인가. 선택지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