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년 만에 평양을 찾았다. 두 정상이 서명한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에는 '상호 군사 지원' 조항이 명문화됐다. 냉전 시대 소련-북한 조약을 연상시키는 이 문서 한 장이, 한반도 안보 방정식을 통째로 바꿔놓았다.

그 이후 흐름은 빠르다. 북한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선에 탄약과 병력을 공급하고, 그 대가로 위성·미사일·핵 관련 기술을 받아가는 구조가 굳어졌다는 분석이 서방 정보 당국에서 나왔다.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군사 기술과 자원이 실제로 교환되는 거래 관계다. 북한 핵·미사일 능력의 고도화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동맹의 구조화, 한국에 무엇을 요구하는가

문제는 이 구도가 일시적 밀착이 아니라는 점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서방의 제재를 받으며 아시아 쪽 우군이 절실하다. 북한은 체제 안전보장과 경제·기술 지원이 필요하다. 두 나라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는 한, 이 동맹은 구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입장에서는 북쪽의 위협이 모스크바라는 '배후'를 얻은 셈이다.

전통적으로 한국의 안보 전략은 한미동맹이라는 단일 축에 집중돼 있었다. 이 구조는 안정적이었지만, 미국 대외 정책이 자국 우선주의로 이동하고 러시아가 북한의 든든한 후원자로 등장하면서 단일 축 의존의 취약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러시아가 대북 제재 결의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반복되면서, 다자 외교를 통한 대북 압박 수단도 사실상 무력화됐다.

이재명 정부의 다변화 전략, 어디까지 왔나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1년여 사이에 18개국을 순방하고 50개국이 넘는 나라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2026년 6월에는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참석해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 의제를 주도했다. 외형적 지표만 보면 전례 없는 외교적 활동량이다.

그러나 외교의 밀도는 건수가 아니라 내용으로 평가된다. 순방과 정상회담이 안보 협력의 실질적 네트워크로 전환됐는가, 혹은 경제·통상 관계 확대에 머물렀는가의 차이는 크다. 북러 군사동맹에 실질적으로 대응하려면 유럽, 중동, 동남아시아 등 다양한 지역에서 안보 대화 채널을 구축하고, 한국의 방위산업 수출과 군사 협력을 안보 외교의 레버리지로 활용하는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한국의 방위산업은 최근 폴란드, 루마니아 등 유럽 국가와의 대규모 수출 계약을 잇따라 성사시키며 단순한 상품 거래를 넘어 안보 파트너십의 접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K2 전차·K9 자주포·FA-50 경공격기가 동유럽 방어 체계에 편입되는 구도는, 역설적으로 북러 동맹이 낳은 안보 수요가 한국에게 전략적 기회를 열어주는 측면도 있다.

전망: 다변화의 속도와 깊이가 관건

한국이 직면한 과제는 선명하다. 한미동맹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중국을 자극하지 않는 균형을 유지하고, 동시에 유럽·중동·동남아시아를 아우르는 다층적 안보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 이 세 가지를 동시에 해내야 하는 외교적 부담은 어느 정부에서도 쉽지 않은 일이다.

군 내부에서도 변화의 조짐은 있다. 국방부가 병력 전체를 드론 전사로 양성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은 것은, 재래식 전력 중심의 한반도 방위 개념이 비대칭·무인 전력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러 협력으로 북한의 비대칭 전력이 더 정밀해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기도 하다.

북러 밀착은 한국에게 새로운 위협이지만, 동시에 외교 다변화의 정당성과 긴박함을 국제사회에 설명하기 가장 쉬운 시기이기도 하다. 이 창(窓)이 언제까지 열려 있을지는 불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