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50만 원. 서울 외곽 반지하 원룸의 시세다. 세금·공과금을 더하면 실제 주거 지출은 60만 원을 훌쩍 넘는다. 최저임금 기준 월 실수령액이 200만 원 안팎인 사회초년생에게 이 숫자는 단순한 '비용'이 아니다. 독립을 포기하게 만드는 벽이다.

국토교통부가 2025년 11월에 발표한 「2024년도 주거실태조사」는 청년 세대의 주거 현실을 수치로 확인해 줬다. 청년 가구의 주거비 부담률은 다른 세대에 비해 뚜렷이 높고, 자가 보유율은 현저히 낮다. 같은 해 발표된 연구 「청년 1인 가구의 주거비 결정요인」은 소득 대비 임차료 비율이 청년 1인 가구에서 특히 가파르게 올라간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벌이가 적을수록, 혼자일수록, 주거비는 더 무겁다. 역설이 아니라 구조다.

정부가 내놓은 처방은 대부분 '대출'이었다. 전세자금 보증, 청년 전용 주택담보대출, 금리 우대 상품. 물론 단기 유동성 완화 효과는 있다. 그러나 집값과 전셋값이 오르는 속도가 대출 한도 인상 속도보다 빠른 시장에서, 빚을 더 얹어주는 방식은 청년을 독립시키는 게 아니라 부채 위에 올려세우는 것에 가깝다. 사다리를 건네는 척하며 사실은 더 깊은 구덩이로 안내하는 셈이다.

근본 문제는 공공 주거 공급의 절대적 부족이다. 청년 맞춤형 공공임대주택은 수요에 비해 턱없이 적고, 입지는 직장과 멀며, 대기 기간은 길다. 지원 자격을 갖춰도 당첨되지 못하면 그만이다. 결국 많은 청년이 민간 임대시장으로 밀려나고, 거기서 시세대로 주거비를 치른다. '공공 주거'가 있다는 것과 '누구나 접근 가능한 공공 주거'가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필요한 것은 단계적 주거 사다리다. 사회 진입기—취업 초기, 저소득 시기—에는 저렴한 공공 임대로 주거를 안정시키고, 소득이 쌓이면 민간 임대, 이후 자가 매입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는 구조. 이 흐름을 지원하는 제도적 설계가 있어야 청년이 스스로 경로를 선택할 수 있다. 지금처럼 '대출이냐, 부모 집이냐'만 남은 이분법은 선택지가 아니다.

주거는 복지의 출발점이다. 집이 안정되어야 일자리를 고를 여유가 생기고, 결혼과 출산을 생각할 체력이 남는다. 청년 주거 문제를 저출생 대책과 분리해서 보는 시각 자체가 이미 틀렸다. 대출 한도를 100만 원 올려주는 데 쓰는 예산과 행정력을, 공공 임대 공급 확대와 입지 다양화에 투입한다면 효과는 달라질 것이다.

청년이 부모 집에 머무는 이유를 '의존성'이나 '독립 의지 부족'으로 읽는 시선이 있다. 틀렸다. 월급의 30~40%를 월세로 내면서도 미래를 설계하라는 요구가 먼저 비현실적인 것이다. 사다리를 걷어차 놓고 왜 올라오지 않느냐고 묻는 사회는, 결국 아무도 올라오지 않는 결과를 스스로 만들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