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9시 10분,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 개찰구를 통과하는 노인들의 카드 단말기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 요금 차감이 없다. 무임이다. 이 장면이 매일, 수십만 번 반복된다. 서울시 집계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서울 시민 가운데 만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사상 처음으로 20%에 근접했다. 다섯 명 중 한 명이 무임 대상자인 셈이다.

문제는 이 숫자가 앞으로도 계속 커진다는 점이다. 서울시 도시교통 관련 연구 자료에 따르면, 해당 무임승차 제도에 수백억 원이 투입됐음에도 교통 접근성 개선·외출 증가·의료비 절감 효과 등을 포함한 총편익은 1531억 원에 달하고, 611억 원의 순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됐다. 단순한 '공짜 혜택'이 아니라 사회적 투자로서의 효용이 수치로 확인된 것이다. 그러나 이 긍정적 수치 이면에서, 지하철 운영기관의 적자는 해마다 쌓여 가고 있다. 편익은 사회 전체에 퍼지지만, 비용은 운영기관 하나가 떠안는 구조. 이 불균형이 제도 지속 가능성을 위협한다.

나이만으로 자르는 칼 — 단선적 기준의 한계

현행 제도의 핵심 결함은 '65세'라는 단일 기준이다. 강남구 고급 아파트에 사는 자산가 노인과, 홀로 고시원에 사는 기초생활수급자 노인이 똑같이 무임 혜택을 받는다.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복지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연령 복지」와 「필요 복지」의 충돌이라고 진단한다. 나이를 기준으로 삼으면 행정이 단순해지지만, 정작 가장 절실한 사람에게 자원이 집중되지 않는다는 역설이 생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 등을 토대로 한 분석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 내 소득 격차는 전체 연령대 중 가장 크다. 상위 20%와 하위 20%의 가처분소득 차이는 10배에 육박한다. '노인'이라는 범주 안에 이토록 넓은 스펙트럼이 존재한다면, 하나의 기준으로 모든 것을 처리하겠다는 발상 자체를 다시 물어야 한다.

소득 연동·교통 바우처 — 세 갈래 대안의 실제

대안 모델은 크게 세 방향으로 논의된다. 첫째는 소득 연동 차등 감면이다. 기초연금 수급 여부나 건강보험료 분위를 기준으로 삼아, 저소득 노인에게는 현행처럼 전액 무임을, 중위 이상 소득 노인에게는 30~50% 할인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미 영국 런던은 60세 이상 저소득층에게만 무료 교통카드를 발급하고,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혜택을 단계적으로 줄인다. 단순하지 않지만, 정확하다.

둘째는 교통 바우처 모델이다. 현금처럼 쓸 수 있는 교통 포인트를 월 단위로 지급하되, 초과분은 본인이 부담하는 구조다. 사용 데이터가 축적되면 이동 패턴을 분석해 의료·복지 자원 배분에도 활용할 수 있다. 일본 일부 지자체에서 시범 운영 중인 이 방식은 「이동 총량」을 정책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셋째는 연령 기준 자체를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다. 65세를 70세로 높이면 대상자가 약 30%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이 방식은 정치적 저항이 크고, 빈곤 노인의 교통 접근권을 실질적으로 박탈할 위험이 있어 단독 처방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 방안을 혼합하되, 소득 정보 연동을 제도 설계의 핵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누가 비용을 부담하는가 — 재정 구조 재편이 전제

어떤 모델을 선택하든, 재정 분담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반쪽짜리 개혁에 그친다. 현재 무임승차 비용은 사실상 운영기관이 단독으로 떠안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보전은 제한적이다. 도시철도 운영기관들이 매년 수천억 원의 적자를 내는 구조적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미보전 무임 손실이다.

교통 바우처를 도입한다면 재원을 어디서 끌어올 것인지가 즉각적인 과제가 된다. 복지 예산의 일부를 교통 바우처로 전환하는 방안, 건강보험료 분위 연동 방식으로 행정 비용을 줄이는 방안, 혹은 중앙정부가 교통 복지 전담 교부금을 신설하는 방안 등이 검토 선상에 올라 있다. 핵심은 지속 가능성이다. 수십 년 후에도 이 제도가 살아있으려면, 오늘의 설계가 인구구조 변화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서는 시대. 무임승차 제도를 지키려면 오히려 그 형태를 바꿔야 한다. 변하지 않는 것이 무너지고, 바꾼 것이 살아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