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억 5,690만 원. 2024년 기준 국회의원 세비다. 여기에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 차량 지원, 유류비, 보좌진 인건비까지 합산하면 의원 1인에게 연간 투입되는 공적 비용은 이를 훌쩍 넘는다. 그런데 선거철이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공약이 있다. 「국회의원 특권 폐지」. 4년마다 이 문구가 포스터에 오른다. 그리고 4년마다 조용히 사라진다.
왜 반복되는가. 구조 때문이다. 특권 폐지 입법은 국회의원 스스로 발의하고 스스로 표결해야 한다. 자신의 기득권을 자신이 깎는 구조다. 설령 개혁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과거 사례를 보면 부칙에 「현역 의원 제외」 조항을 끼워 넣어 다음 기수부터 적용하는 방식으로 실질적 효력을 무력화했다. 개혁의 외양을 갖추되, 자신들에겐 적용되지 않는 법을 만들어온 셈이다.
이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공약은 공약(空約)으로 끝난다. 필요한 것은 세 가지다.
첫째, 즉시 적용 원칙의 법제화다. 특권 관련 법 개정 시 현역 의원을 적용 대상에서 빼는 부칙을 금지하는 조항을 국회법에 명시해야 한다. 개혁 입법이 다음 기수에게만 적용된다면, 그것은 개혁이 아니라 미래 세대에 대한 의무 전가다.
둘째, 세비 결정 구조의 외부화다. 현재 국회의원 수당은 사실상 국회 스스로 결정한다. 독립적인 제3기구—예를 들어 시민 대표, 회계 전문가, 전직 법관 등으로 구성된 「의원보수심의위원회」—가 매년 공개 심의를 거쳐 세비와 각종 수당을 산정하도록 해야 한다. 영국 의회는 2009년 의원비용스캔들 이후 독립의회기준청(IPSA)을 설치해 이 역할을 맡겼다. 셀프 연봉 책정 구조를 끊은 것이다.
셋째,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의 범위 명확화다. 두 특권은 원래 행정부의 압력으로부터 입법부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였다. 그러나 지금은 형사 책임을 피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직무와 무관한 범죄에 대해서는 체포동의안 없이도 수사와 기소가 가능하도록 헌법 개정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이미 여러 헌법학자들이 제안해온 방향이기도 하다.
반론도 있다. 세비를 지나치게 낮추면 자산가 출신만 의원직을 감당할 수 있게 된다는 우려, 특권 축소가 의정 활동의 독립성을 해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특권 전면 철폐」라는 선동적 구호가 아니라, 정당한 직무 지원과 부당한 특혜를 구분하는 정밀한 설계다. 뭉뚱그려 없애자는 주장도, 뭉뚱그려 지키자는 주장도 모두 이 문제를 제자리에 묶어두는 데 기여해왔다.
선거가 끝났다. 공약집은 서랍 속으로 들어갔다. 이번엔 다를 것인지, 답은 법안 발의 시점이 말해줄 것이다. 임기 마지막 해가 아니라, 첫 해에 발의하는 의원이 나타날 때 비로소 그 공약을 믿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