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지난달 인도태평양사령부(Indo-Pacific Command)를 태평양사령부(Pacific Command)로 이름을 바꿨다. 미 국방부는 관할 범위는 동일하며 과거 명칭으로의 복귀일 뿐이라고 설명했으나, 이러한 명칭 변경은 전략적 신호를 담고 있다. '인도(Indo)'는 2018년 트럼프 행정부 1기에 신델리에 대한 존경을 표하기 위해 추가됐던 것으로, 중국을 주요 위협으로 보고 인도를 민주주의 진영의 핵심 파트너로 위치짓겠다는 의지를 나타냈었다.
이번 변경은 남아시아 지역에서 인도가 더 이상 미국의 독점적 중개자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간 미국의 남아시아 지역 전략은 인도를 중심에 두고 파키스탄을 골칫거리로, 방글라데시를 의류 제조국으로, 네팔을 중국과의 완충지대로 취급했다. 하지만 미국은 이제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네팔 등과 직접 외교를 강화하면서 이들을 인도의 이익에 종속된 국가가 아닌 독립적 행위자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파키스탄의 사례가 가장 두드러진다. 수십 년간 테러 대응을 중심으로 기능 장애를 겪어온 미-파 관계는 파키스탄의 '외교 공세'로 변화하고 있다. 아심 무니르(Asim Munir) 야전사령관은 파키스탄을 중동 자본, 미국 기술, 태평양 경제권 사이의 전략적 연결고리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파키스탄의 막대한 광물 매장량(레코딕 구리·금 광산 등 수조 달러 규모)은 중국 주도의 공급망을 대체할 수 있는 자산이다. 파키스탄은 미국으로부터 19% 관세를 확보했고, 발루치스탄해방군(BLA)을 테러 조직으로 지정받게 했다.
방글라데시 역시 전략적 가치가 크다. 벵골만의 지정학적 위치에 있으면서 제조업 강국인 방글라데시는 인도 북동부와 미얀마에 인접해 있다. 미국은 그간 방글라데시를 개발 사업 대상으로만 봤으나, 이제 직접 경제·전략적 협력을 모색 중이다.
미국의 이러한 변화는 인도를 경쟁자로도 보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일부 미국 관리들은 인도를 전략적 파트너를 넘어 제약, IT, 반도체 등 분야에서 미국 기업에 도전할 수 있는 상업적 경쟁자로 평가하고 있다. 미국은 냉전 이후 중국을 과도하게 성장시킨 경험을 반복하지 않으려 하고 있으며, 남아시아에서 어느 한 국가도 지배적 위치에 오르지 못하도록 다극적 균형을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