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의 한 빌라 3층. 집주인이 3개월 치 월세가 밀렸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면, 그 방 안의 60대 남성은 더 오래 홀로 있었을 것이다. 최초 발견자는 가족이 아니었다. 집주인이었다. 이 장면은 통계 속 한 점이 아니다. 2024년 한 해 동안 반복된 3,924번의 죽음 중 하나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4년 고독사 발생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고독사 사망자 수는 3,924명으로 공식 집계가 시작된 2017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7.2%(263명) 증가했고,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20년 이후 5년 연속 늘었다. 숫자는 해마다 갱신된다. 방향은 한쪽이다.
누가, 어디서 죽는가
고독사 사망자의 81.7%는 남성이다. 특히 60대 남성이 전체의 32.4%, 50대 남성이 30.5%를 차지했다. 중장년 남성, 그것도 50·60대가 절반 이상이다. 이들은 평생 일터에서 살았지만 은퇴 후 사회적 연결망을 잃는다. 가족과 멀어지고, 친구도 없고, 아파도 말할 곳이 없다.
발견 장소도 달라지고 있다. 원룸에서 발생한 고독사 비율은 2020년 4.0%에서 2024년 19.6%로 불과 4년 새 다섯 배 가까이 뛰었다. 1인 가구가 몰리는 도심 소형 주택, 얇은 벽 너머로 이웃의 존재를 모르는 구조다. 최초 발견자 통계가 이를 방증한다. 임대인·경비원이 43.1%로 가장 많고, 가족은 26.6%에 그쳤다. 집주인이 먼저 알아채는 죽음. 가족보다 임대차 계약이 먼저 신호를 보내는 사회다.
데이터로 위기를 감지한다
정부는 예방선을 앞으로 당기려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은 2026년 2월 27일, 체납·알코올 질환·전기사용량 변화 등 27종의 위기 정보를 연계해 고독사 위험군을 조기 발굴하는 '고독사위기대응시스템'을 구축·운영한다고 발표했다. 전기 사용량이 며칠째 멈춰 있다. 수도 검침값이 0이다. 공과금이 연체됐다. 이 신호들을 엮으면 위기 징후가 된다는 논리다.
기술 기반 감지 시스템의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데이터가 포착하는 건 이미 고립이 깊어진 이후다. 전기 사용량 변화를 알아채기 전에, 이웃이 먼저 문을 두드릴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지자체와 민간의 역할이 여기서 갈린다.
시스템 너머, 사람이 필요한 자리
일부 지자체는 '밀착형 돌봄' 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아파트 경비원, 집배원, 편의점 직원을 '생활 안전망'으로 끌어들여 이상 징후를 신고하는 구조다. 경비원이 며칠째 신문을 가져가지 않는 집을 복지관에 알리고, 복지사가 직접 찾아가는 방식이다.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먼저 작동하는 회로다.
문제는 이런 모델이 지역마다 들쭉날쭉하다는 점이다.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 자치구에는 전담 인력이 있지만, 농촌 지역이나 재정이 빈약한 기초지자체에서는 복지사 한 명이 수백 가구를 담당한다. 고독사 위험군은 도심 원룸에도, 농촌 빈집에도 산다. 위기의 지형은 넓은데 돌봄의 손은 여전히 짧다.
3,924명. 이 숫자가 내년에는 줄어들 수 있을까. 시스템이 정교해지고 연결망이 �촘해지더라도, 결국 마지막 한 걸음은 옆집 문을 두드리는 누군가의 손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