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시험에 합격했다. 그런데 단독으로 사건을 맡을 수 없다. 법무법인 구성원이 될 수도 없고, 혼자 간판을 걸 수도 없다. 변호사법 제21조의2가 그렇게 정해두었다. 6개월 이상 법률사무종사기관에서 일하거나, 대한변호사협회 연수를 마쳐야 비로소 완전한 변호사가 된다. 국가가 시험으로 자격을 인정해놓고, 다시 6개월을 기다리라고 한다. 이 구조가 합리적인지 한 번쯤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제도의 취지는 나쁘지 않다. 시험을 통과했다고 해서 곧바로 의뢰인의 생계와 자유를 다루는 실무를 감당할 수 있느냐는 질문은 정당하다. 문제는 '형식'이다. 6개월이라는 기간이 실제로 무엇을 담보하는지 불분명하다. 어느 기관에서 어떤 업무를 경험했는지, 어떤 역량을 쌓았는지에 대한 검증 기준이 제도적으로 촘촘하지 않다. 기간을 채우는 것과 역량을 키우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로스쿨 제도를 도입할 때 내걸었던 핵심 명분을 떠올려야 한다. '이론 중심의 사법시험 체제를 탈피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과 실무 감각을 갖춘 법조인을 키우겠다'는 것이었다. 3년의 법학전문대학원 과정 자체가 클리닉 수업, 모의재판, 실무 연계 교육을 포함하도록 설계된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렇다면 수습 의무 6개월은 그 교육과정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뜻인가, 아니면 보완하겠다는 뜻인가. 둘 중 어느 쪽이든 현재의 제도는 대답이 되지 못하고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수습 기회의 불균등이다. 대형 로펌이나 검찰청, 법원 같은 기관에서 수습하는 합격자와, 그렇지 못한 합격자 사이의 격차는 6개월 이후에도 고스란히 남는다. 수습처를 구하지 못하거나 열악한 환경에서 명목상 기간만 채우는 경우, 제도의 보호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법조 시장 진입을 지연당하는 셈이다. 국가가 의무로 부과한 제도가 기회의 사다리 역할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진입 장벽으로 기능한다면 그건 제도의 실패다.
개선 방향은 두 가지 축에서 동시에 검토해야 한다. 하나는 수습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단순히 기간을 채우는 방식이 아니라, 수습 기관의 지도 역량 기준을 명확히 하고 수습 내용을 구조화해야 한다. 의료계의 인턴·레지던트 제도가 병원별로 무작위로 운영되지 않는 것처럼, 법조 수습도 국가가 관리하는 표준 커리큘럼의 틀 안에 들어와야 한다. 다른 하나는 수습 기회의 공공성 확대다. 수습처를 스스로 구해야 하는 구조에서, 국가가 공적 수습 경로를 확보하고 배정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로스쿨 도입 취지에 훨씬 가깝다.
변호사 자격을 국가가 부여하면서, 그 자격자가 실제로 무엇을 배웠는지는 시장에 맡기는 현재의 구조는 모순이다. 수습제도는 규제가 아니라 교육이어야 한다. 6개월이라는 숫자보다 그 6개월이 무엇으로 채워지느냐를 먼저 물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