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교육 혁신의 아이콘으로 주목받던 AI 디지털교과서(AIDT)가 도입을 앞두고 중대한 변곡점을 맞이했다. 국회에서 법적 지위가 '교과서'에서 '교육자료'로 조정되면서 일괄적인 전국 의무 도입 대신 학교별 자율 선택 체제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명칭 변경을 넘어, 디지털 기술의 교육 현장 안착을 둘러싼 사회적 합의가 여전히 불충분하다는 방증이자 향후 교육 격차 해소와 문해력 저하 방지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함을 시사한다.

의무 도입에서 자율 선택으로, 제도적 속도 조절

지난 2025년 8월 국회 본회의에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의결되면서 AI 디지털교과서의 법적 지위는 기존 '교과서'에서 '교육자료'로 변경되었다. 이에 따라 당초 계획되었던 전국 학교로의 의무 채택 방침은 각 학교가 자율적으로 도입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전환되었다.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던 디지털 교육 대전환의 가속 페달에 브레이크가 걸린 셈이다.

이러한 변화는 교육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풀이된다. 현장 교사들과 학부모 단체들은 디지털 기기 보급률의 지역별 편차, 무선 네트워크 인프라의 불안정성 등을 이유로 성급한 전면 도입에 우려를 표명해 왔다. 법적 지위 격하로 학교 현장은 한숨 돌릴 여유를 얻었지만, 한편으로는 시도 교육청과 개별 학교의 재정 및 관심도에 따라 디지털 교육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되었다.

디지털 과몰입과 문해력 저하, 교육 현장의 깊어지는 고민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둘러싼 가장 큰 쟁점은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와 '디지털 격차' 우려다. 최근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 등 다양한 지표에서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이 길어질수록 학생들의 독해 능력과 학업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분석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종이책을 통한 깊이 읽기 대신 스크린을 통한 단편적 정보 습득에 익숙해진 아이들이 장문의 글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현상은 이미 심각한 교육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여기에 가정 환경에 따른 디지털 문해력(디지털 리터러시)의 격차도 무시할 수 없다. 자기 주도 학습 능력이 갖춰진 상위권 학생들에게 AI의 개별 맞춤형 피드백은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지만, 기초 학력이 부족하거나 디지털 기기 제어 능력이 떨어지는 취약계층 학생들에게는 학습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방해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AI 디지털교과서가 교육 격차를 줄이기보다 오히려 양극화를 심화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맞춤형 교육의 실효성 확보와 보완책 마련이 관건

전문가들은 AI 디지털교과서가 단순한 '종이 교과서의 디지털화'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AI 기술의 진정한 가치는 학생 개개인의 학습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맞춤형 처방을 내리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교사의 에듀테크 활용 역량을 강화하는 연수 프로그램이 선행되어야 하며,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과 종이 매체 학습 시간의 균형을 맞추는 체계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수적이다.

이번 법 개정으로 자율 선택권이 부여된 만큼, 각 교육청과 학교는 무조건적인 도입 경쟁에서 벗어나 아날로그 교육과 디지털 교육의 조화를 모색해야 한다. AI 디지털교과서는 교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조하는 도구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기술 도입에 앞서 학생들의 정서적 교감과 문해력 발달을 돕는 독서 교육 등의 보완책이 병행될 때 비로소 디지털 교육 혁신의 연착륙이 가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