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벨이 울린다. 받지 않으면 다시 울린다. 그래도 받지 않으면, 이번엔 담당 공무원에게 알림이 간다. 이 단순한 연쇄가 누군가의 목숨을 이어주고 있다. 전국 지자체에 확산 중인 AI 안부 전화 서비스의 작동 원리다.
1인 가구는 이미 한국 가구 구조의 중심축이 됐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인 가구 비중은 전체의 30%를 넘어섰고, 65세 이상 독거노인은 200만 명에 육박한다. 고독사 역시 늘고 있다. 복지부 통계에서 고독사 사망자는 최근 수년간 꾸준히 증가해 연간 3,000명을 넘어섰다. 발견까지 며칠, 길게는 수주가 걸린다. 그 사이 아무도 전화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 숫자 뒤에 있다.
AI가 매일 안부를 묻다
네이버 클로바의 케어콜은 현재 국내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AI 안부 전화 서비스 중 하나다. 전국 지자체와 계약을 맺어 독거노인·취약계층에게 정기적으로 전화를 걸고, 대화를 통해 건강 이상·정서 변화를 감지한다. 단순한 ARS가 아니다. 자연어 처리를 기반으로 어르신의 말투와 대화 내용을 분석해 위험 신호를 추출한다. 클로바 케어콜이 지난해(2025년) 창출한 사회적 가치는 약 340억 원으로 추산된다. 독거노인 응급 대응 비용 절감, 복지 사각지대 조기 발굴 등을 금전적으로 환산한 수치다.
현장에서 실제로 위기를 감지한 사례도 보고된다. 전화를 받지 않거나, 평소와 다른 말투·반응이 감지되면 시스템이 담당 사회복지사에게 즉시 알린다. 이 알림 하나가 응급 출동으로 이어진 경우가 여러 지자체에서 확인됐다. 기술이 '감시'가 아니라 '연결'로 기능하는 순간이다.
기술이 닿지 못하는 곳
그러나 AI 전화가 모든 문을 열어주지는 않는다. 가장 큰 구조적 한계는 수신 거부다. 전화를 받지 않기로 결심한 사람, 혹은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사람은 시스템의 바깥에 있다. 고독사 위험이 높은 계층일수록 대화 자체를 꺼리거나,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복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AI가 인력 부족의 대안이 아니라 보완재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화 통화로 감지할 수 없는 신체 증상,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할 주거 환경, 당사자가 말하지 않는 경제적 위기는 AI의 영역 밖이다.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는 AI 알림 이후 사람이 직접 방문하는 2단계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있지만, 복지 인력이 부족한 농어촌 지역에서는 이 연결 고리 자체가 끊긴다.
또 다른 문제는 데이터 관리다. AI와의 대화에서 건강 정보·감정 상태가 수집되는 만큼, 개인정보 보호와 동의 절차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서비스의 신뢰 기반이 된다. 일부 지자체에서 가입자 동의 방식이 형식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것도 이 맥락이다.
기술 이후의 질문
AI 안부 전화는 분명히 유효하다. 매일 수만 명에게 전화를 거는 일을 사람이 할 수는 없다. 비용 대비 도달 범위만 놓고 보면 어떤 복지 수단도 이 기술을 대체하기 어렵다. 그러나 시스템이 경보를 울린 뒤에 누가 달려가느냐, 그 사람이 충분히 있느냐가 진짜 변수다.
고독사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문제다. AI 전화는 끊어진 관계를 다시 잇는 첫 번째 손짓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손을 잡아줄 사람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340억 원 규모의 사회적 가치가 아직 아무 손도 잡지 못한 누군가의 침묵 앞에서는, 숫자로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