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10일 미국 나스닥에 290억달러(약 44조2천억원) 규모의 미국예탁증서(ADR)를 상장한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는 외국 기업이 미국 시장에서 첫 주식 매각으로 추진하는 사상 최대 규모다. 2014년 알리바바의 250억달러 상장과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256억달러 기업공개를 모두 웃도는 규모다.

나스닥 상장은 단순 자금 조달을 넘어 AI 데이터센터용 메모리칩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겨냥한 것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시장 우위를 점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지금까지 한국 증시에만 상장돼 있어 미국 투자자들의 직접 투자에 제약이 있었다. 한국 시장 개장 시간에 맞춰 거래해야 하고 비스폰서 ADR만 매수 가능했기 때문이다. 나스닥 상장으로 정규장 시간대 거래가 가능해지고 나스닥 100 등 주요 지수 편입 기회도 확보해 상장지수펀드(ETF)의 기계적 매수 수요를 기대할 수 있다. 나스닥 100 추종 인베스코 QQQ의 운용자산은 4천820억달러에 달한다.

SK하이닉스의 저평가 해소 가능성도 제기된다.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6.2배인 반면 경쟁사 마이크론은 7배 수준이다. 2026년 순이익은 221조원, 매출 355조원으로 지난해 대비 각각 415%, 26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메모리 반도체주의 과열 우려도 나온다. 리버웰스 어드바이저스의 에드 오고먼 최고경영자는 「투자자들은 잠재적 투기 버블에 발을 들여놓는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투자 자금을 채권과 주식시장으로 조달하는 추세는 메모리 제조사들의 실적 호황 지속 기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서울 거래소의 주가와 미국 ADR 가격 변동폭을 활용한 헤지펀드의 수익거래 기회를 염두에 두고 있다. 대만 TSMC의 경우 미국 시장 거래가 한국 거래소 주가를 기준으로 지난 1년간 평균 21% 이상의 프리미엄을 나타냈으며, 현재 약 13% 수준의 프리미엄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조달 자금은 국내 생산공장 2곳 신설과 첨단 장비 도입에 투입될 예정이며, 공급과잉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