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 예매창이 열리는 순간, 팬들은 손가락을 불태운다. 그러나 0.3초가 지나면 이미 매진이다. 잠시 뒤 중고거래 앱에는 같은 티켓이 원가의 세 배, 다섯 배로 올라온다. 사람이 한 일이 아니다. 매크로 프로그램이 수백 개의 가상 계정으로 동시에 접속해 표를 싹쓸이한 것이다. 팬은 허탈하고, 공연은 오염됐다.
암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고대 로마의 콜로세움 앞에서도 자리를 되팔던 이들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의 암표는 차원이 다르다. 한 명의 인간이 수천 장을 낚아채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졌다. 이것은 시장의 불균형이 아니라, 시장 자체의 파괴다.
국회는 올해 1월 이 문제에 응답했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티켓 부정 취득을 형사 처벌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2026년 1월 29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리고 5월 26일, 정부는 후속 시행령을 입법예고했다. 처벌 규정이 생겼다는 것은 분명히 진전이다. 그러나 법이 생겼다고 문제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법은 사후 처벌이고, 암표상은 이미 그 전에 수익을 챙긴다.
일각에서는 「공연 티켓도 하나의 상품이고, 되파는 행위 자체가 시장 원리」라고 항변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곳에 차익거래가 생기는 것은 경제의 기본이다. 그러나 이 논리는 경쟁이 공정할 때만 성립한다. 인간의 손가락과 매크로 봇이 같은 출발선에 선다고 말할 수 있는가. 기술을 가진 자가 선점하고, 순수한 팬이 뒤처지는 구조는 공정 경쟁이 아니라 기술 독점이다.
처벌 강화와 함께 예매 시스템 자체의 고도화가 병행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본인 인증 강화, 구매 수량 제한, 봇 탐지 알고리즘 도입 등은 이미 일부 해외 플랫폼에서 도입한 기술이다. 영국은 티켓 재판매 규제법을 통해 원가 초과 재판매를 원천 제한하고 있으며, 미국 일부 주에서는 구매자 명의 확인 없는 입장을 불허하는 방식으로 전매 유인을 줄이고 있다. 한국의 대형 예매 플랫폼들도 기술 투자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에 섰다.
공연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다. 수백 명의 스태프가 수개월을 준비하고, 아티스트가 무대에 삶을 쏟아붓는 현장이다. 암표 거래가 만연하면 진짜 팬은 공연장에서 밀려나고, 투기꾼들이 그 자리를 채운다. 그 공연장이 얼마나 쓸쓸한 곳이 될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안다. 관객의 온도가 빠진 공연은 무대가 아니라 전시다.
법은 만들어졌다. 이제 그 법이 이빨을 가져야 할 차례다. 그리고 플랫폼은 기술로, 주최사는 시스템으로, 정부는 집행으로 각자의 몫을 다해야 한다. 표 한 장에 담긴 것은 돈이 아니라, 누군가의 설레는 밤이다. 그 밤을 봇에게 빼앗겨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