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중 학부모 전화를 받고 교실을 나간 적이 몇 번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38)는 「이제 아이들 앞에서 단호하게 지도하는 게 두렵다」고 말했다. 훈계 한 마디가 다음 날 민원으로 돌아오고, 그 민원은 다시 교장실 소환으로 이어진다. 그는 올해 초 명예퇴직 서류를 조용히 꺼내 들었다.
이 사례는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다. 교원 8,9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9.2%가 최근 1~2년 사이 교직 자부심이 낮아졌다고 답했다. 무력감을 느끼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67.9%가 교권 침해를 꼽았다. 두 명 중 한 명이 자긍심을 잃었고, 그 이유의 상당수가 학생이 아닌 학부모와의 갈등에서 비롯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민원의 민낯 — 교실 밖에서 무너지는 교사
교권 침해의 양상은 달라졌다. 과거엔 교실 안 학생과의 충돌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학교 밖 민원이 교사를 더 깊이 흔든다. 녹음된 통화, 온라인 게시판 민원, 아동학대 신고 협박. 교사들 사이에서는 「민원 한 번이면 조사가 끝날 때까지 교단에서 분리된다」는 말이 공공연히 돈다. 억울함보다 두려움이 먼저다.
실제로 교원 상당수가 적극적인 생활지도 자체를 포기하는 방향으로 행동 양식을 바꾼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 행동을 묵인하거나, 갈등의 소지가 있는 학생과는 물리적 거리를 두는 식이다.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보호받아야 할 학생의 교육권을 갉아먹는 결과로 이어진다. 교사가 가르치길 멈출 때, 가장 먼저 피해를 입는 것은 교실 안에 남겨진 아이들이다.
제도는 있는데 현장은 왜 바뀌지 않나
2023년 이른바 「교권 4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아동학대로 보지 않도록 하는 근거를 마련하고, 민원 창구를 개인 교사가 아닌 학교 단위로 일원화하도록 했다. 제도 개선의 방향 자체는 옳았다. 그러나 현장 교사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법이 바뀌어도 신고의 문턱은 여전히 낮고, 조사가 시작되면 교사 혼자 감당해야 하는 시간과 심리적 부담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학교 관리자의 역할도 도마에 오른다. 민원이 들어오면 갈등을 외부로 튀기지 않으려는 학교 쪽이 교사에게 「일단 사과부터」를 권유하는 관행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교직 사회 안에서 나온다. 이런 구조에서 교사는 제도의 보호를 받는 전문직이 아니라, 소비자 민원을 처리하는 서비스직에 가까운 위치에 선다.
공교육 정상화, 교사의 권위 회복부터
넷플릭스 비영어 드라마 순위에서 3주 연속 1위를 기록한 국내 드라마 「참교육」이 해외 시청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우연이 아니다. 교실 붕괴와 교권 침해라는 한국적 현실이 글로벌 공감을 얻었다는 사실은, 이 문제가 단순한 직업 불만이 아님을 방증한다.
전문가들은 교원의 전문성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구체적으로는 민원 처리 전담 조직의 독립성 강화, 악성 민원에 대한 학교 차원의 법적 대응 지원, 그리고 교권 침해 피해 교사를 위한 심리 지원 시스템의 실질적 운용이 거론된다. 법 조문이 아니라 현장에서 작동하는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교직 자부심이 무너지면, 교실도 무너진다. 그리고 교실이 무너진 나라에서 다음 세대를 기대하는 것은 모순이다. A씨는 아직 명예퇴직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 「버틸 이유를 찾고 있다」고 했다. 그 이유를 제도가 만들어줄 수 있는지가 지금 한국 공교육의 진짜 시험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