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지금 몇 개의 OTT를 구독하고 있는가. 하나? 둘? 혹은 세 개?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유료 OTT 이용자의 월평균 지출액은 약 1만2천 원이다. 그런데 같은 이용자들이 생각하는 적정 구독료는 약 7천 원. 5천 원짜리 괴리를 매달 감수하면서도 해지 버튼을 누르지 않는다. 이 장면이 스트림플레이션 시대의 핵심을 압축한다.
스트림플레이션(Streamflation)이란 말이 낯설지 않다. 스트리밍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로, 넷플릭스·디즈니+·애플TV+ 등 글로벌 OTT가 콘텐츠 투자비용 회수와 수익성 개선을 명분으로 구독료를 잇달아 올리면서 생긴 신조어다. 한국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몇 년간 주요 플랫폼들의 요금은 20~40% 가까이 뛰었고, 광고 없는 요금제는 사실상 프리미엄 상품이 됐다.
문제는 소비자가 '비싸다'고 느끼면서도 좀처럼 떠나지 못한다는 구조에 있다. 독점 콘텐츠가 플랫폼을 묶어두는 자물쇠 역할을 한다. 특정 시리즈를 보려면 특정 플랫폼이 있어야 한다. 이른바 콘텐츠 락인(lock-in) 전략이다. 해지하면 다음 시즌을 놓친다는 불안, 즉 FOMO(Fear Of Missing Out)가 소비자의 합리적 판단을 흐린다. 플랫폼은 이 심리를 정확히 알고 있다.
국내 OTT 사업자들의 처지는 더 복잡하다. 웨이브·티빙·왓챠 같은 국내 플랫폼은 글로벌 자본력을 앞세운 해외 사업자와 정면 경쟁하면서도, 구독료를 함부로 올렸다가는 이용자를 고스란히 넷플릭스로 넘겨줄 수 있다는 딜레마에 갇혀 있다. 콘텐츠 제작에 투자할 여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경쟁력은 더 떨어지고, 그러면 또 이용자가 빠져나가는 악순환이다. 몇 해째 적자를 내면서도 오리지널 콘텐츠에 베팅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이래서 생긴다.
돌파구를 찾으려면 요금 문제와 콘텐츠 경쟁력을 별개로 볼 수 없다. 광고 기반 무료 요금제(AVOD) 확대는 한 방편이다. 실제로 글로벌 플랫폼들이 광고형 저가 요금제를 도입한 뒤 가입자 이탈을 일정 부분 막은 사례가 있다. 국내 플랫폼도 광고 모델을 정교화해 가격 문턱을 낮추는 방향을 검토할 만하다. 여기에 통신사·카드사 결합 할인이나 공공 문화 바우처 연계 같은 방식도 실질 부담을 줄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정책 차원에서는 국내 제작 콘텐츠 투자 의무화나 세제 혜택 같은 지원 구조를 정비해 국내 플랫폼이 질 좋은 콘텐츠로 경쟁할 기반을 마련하는 논의가 필요하다. 글로벌 사업자에게 국내 이용자 데이터와 광고 수익을 고스란히 내주면서 국내 플랫폼은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현 구도를 방치하는 것은, 결국 국내 미디어 생태계 전체의 공동화(空洞化)로 이어진다.
적정하다고 느끼는 금액보다 5천 원을 더 내면서 참는 소비자의 인내심은 무한하지 않다. 그 임계점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터지느냐가 플랫폼 시장의 다음 판을 결정할 것이다. 국내 OTT가 그 변곡점을 기회로 삼을 수 있을지, 아니면 또 한 번 글로벌 자본의 수혜를 구경만 할지는 지금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