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시중은행의 유언대용신탁 잔액이 4월 말 기준 5조1836억원에 달했다. 2020년 말 9403억원에서 5년 사이 약 4.8배 증가한 규모다. 올해 들어서만 1분기 4조8000억원을 넘어섰고, 4월 처음으로 5조원 기준을 돌파했다.
유언대용신탁은 고객 생전에 계약 내용에 따라 자산을 관리하고, 계약 시 기능을 추가하면 생활비와 의료비를 미리 정한 방식대로 지급할 수 있는 상품이다. 사망 후에는 계약 내용에 따라 재산을 상속인이나 지정인에게 이전한다. 일반 유언장과 달리 금융기관이 계약을 집행하기 때문에 안정성이 높고 상속 분쟁을 줄일 수 있다.
은행권은 신탁 수요 급증을 '치매 머니' 확대로 분석한다. 평균수명 연장에 따라 치매와 인지기능 저하를 대비하려는 고객이 크게 늘었고, 건강할 때 자산관리 방식을 미리 정하려는 움직임과 가족 간 상속 분쟁 예방 수요가 함께 작용했다. 과거 수십억 원 이상 자산가용 상품으로 인식되던 유언대용신탁은 최소 가입금액을 1000만원 이하로 낮추고 모바일·비대면 가입을 확대하면서 은퇴자와 중산층으로 고객층이 확산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KB골든라이프' 브랜드 중심으로 치매안심신탁과 시니어 레지던스 입주자용 신탁을 강화하고 있으며, 고급 주거시설 입주금을 신탁계약으로 관리한 뒤 고객 사후에 후속 상속 절차를 진행하는 상품을 선보였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4월 간편계약 서비스를 도입한 데 이어 지난 2월 'SOL메이트 치매안심신탁'을 선보였고, 5월에는 정기예금을 유언대용신탁으로 편입하는 '빠른 신규'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나은행은 프리미엄 시니어 시장을 공략하며 고급 시니어 레지던스 입주자를 대상으로 유언대용신탁, 부동산투자자문, 세무·법률 컨설팅을 결합한 통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NH농협은행은 'NH올원더풀의료비치매안심신탁'을 출시해 건강할 때 신탁한 자산을 치매·중증질환 발생 시 대리인 통해 의료비와 생활비로 지급하고 사망 후 남은 재산을 상속인에게 이전하는 기능을 통합했다.
은행들이 신탁사업에 집중하는 이유는 장기 고객 확보 효과 때문이다. 신탁은 예금·투자·연금·상속까지 고객 자산 전반을 관리하는 만큼 일단 계약하면 장기 거래 기반이 형성된다. 업계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건강 관리 체계와 의료기관, 시니어 주거시설, 세무·법률 전문가 네트워크를 통합한 종합 플랫폼 구축에 힘을 기울이고 있으며, 자산관리와 건강관리, 주거 서비스를 연결한 새로운 형태의 시니어 금융 생태계가 구성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