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앱 화면에서 주문이 뜨는 순간, 수십 명의 라이더가 동시에 수락 버튼을 누른다. 가장 먼저 누른 한 명만 일감을 얻는다. 나머지는 다시 대기한다. 이 구조에서 '적정임금'이란 단어는 어디에 끼어들 수 있을까.
국내에서 건당 수수료나 실적 연동 보수를 받는 특수고용·플랫폼 종사자는 약 870만 명으로 추산된다. 전체 취업자의 30%를 훌쩍 넘는 숫자다. 이들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최저임금의 보호 밖에 있다. 플랫폼이 수수료율을 조정하면, 그것이 곧 이들의 임금 삭감이다. 협상 창구도 없고, 거부할 권리도 모호하다.
알고리즘은 공정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콜 배분 알고리즘은 배달 효율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돼 있지, 노동자의 수입을 보장하도록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비가 오는 날이나 명절에 수요가 폭증하면 단가가 오르지만, 그것은 플랫폼의 선의가 아니라 공급 부족에 대한 시장 반응이다. 반대로 라이더가 넘쳐나는 평일 낮에는 콜당 단가가 바닥을 친다. 공급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시간당 수입이 최저임금 이하로 떨어지는 날이 생긴다. 그 날의 손실은 오롯이 노동자 몫이다.
2025년 초 민주노총 산하 플랫폼 노동 관련 조직이 최저수입 보장제 도입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선 것은, 이 문제가 단순한 처우 개선 요구를 넘어섰다는 신호로 읽힌다. 최저수입 보장제란 일정 시간 플랫폼에 접속해 성실히 일한 노동자에게 시간당 혹은 월 단위로 최소한의 수입을 보장하는 구조다. 영국에서는 2021년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우버 기사들이 '워커(worker)' 지위를 인정받아 최저임금과 유급휴가를 적용받게 됐다. 스페인은 2021년 이른바 '라이더법'을 통해 플랫폼 배달 노동자를 근로자로 간주하는 입법을 단행했다.
한국에서 이 논의가 지지부진한 이유 중 하나는 '자유로운 시간 선택'이라는 플랫폼 노동의 특성이 최저수입 보장과 양립하기 어렵다는 반론이다. 맞는 말이기도 하다. 하루 한 시간 일하면서 최저 생계를 보장하라는 것은 논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반론은 논의의 출발점을 흐린다. 문제는 '얼마나 일할지'가 아니라, '성실히 일했는데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시간이 반복된다'는 구조적 결함이다. 접속 시간과 실제 배달 완료 건수, 대기 시간까지 추적하는 기술은 이미 플랫폼이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
최저수입 보장이 플랫폼 기업에만 불리한 규제냐 하면, 꼭 그렇지도 않다. 수입 불안정이 심각해질수록 숙련 라이더들은 플랫폼을 이탈한다. 경험 없는 라이더가 늘면 사고율이 오르고, 배달 완료율이 떨어진다. 서비스 품질 하락은 플랫폼 자신의 경쟁력을 갉아먹는다. 최저수입 보장은 노동자를 위한 복지이기 이전에, 노동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인프라 투자로 볼 수 있다.
870만 명이 불안정한 수입 위에서 소비를 결정한다. 이들의 소득이 출렁이면 내수도 함께 출렁인다. 알고리즘에 임금 결정권을 통째로 맡기는 것, 그것이야말로 시장이 아니라 방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