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수십만 명이 도로를 달린다. 비 오는 날도, 빙판길도, 새벽 세 시도. 그런데 2025년 8월 라이더유니온지부가 배달 노동자 58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는 꽤 충격적이다. 응답자의 82%가 배달 중 사고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그런데 그 가운데 산재보험을 실제로 처리한 비율은 13.3%에 그쳤다. 열 번 넘어지면 아홉 번은 그냥 일어선다는 얘기다.
왜 이렇게 낮을까. '플랫폼 종사자'라는 애매한 지위 탓이 크다. 배달 라이더는 법적으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류되어 산재보험 가입이 의무화되어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다수의 라이더가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오가며 일하는 구조에서 '어느 플랫폼에서 일하다 난 사고인지'를 증명하는 일 자체가 장벽이 된다. 보험 처리 절차를 모른다는 이유도 있고, 사고를 신고하면 배차 알고리즘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봐 참는다는 이유도 적지 않다.
알고리즘 이야기를 해야 한다. 배달 플랫폼은 수락률, 완료율, 평점을 실시간으로 추적한다. 사고로 콜을 끊으면 수락률이 떨어지고, 수락률이 떨어지면 다음 배차에서 뒤로 밀린다. 라이더 입장에서 사고는 신체적 피해에 그치지 않는다. 수입이 끊기는 신호다. 이 구조 안에서 산재 신청은 '권리 행사'가 아니라 '수입 포기'와 동의어처럼 작동한다. 알고리즘이 노동자의 권리 행사를 억압하는 사실상의 관리자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플랫폼 기업은 여기서 편리한 논리를 꺼낸다. 「우리는 고용주가 아니다. 라이더는 독립 계약자다.」 그러나 배차 알고리즘으로 업무 강도와 수행 방식을 사실상 결정하고, 노동 시간과 구역을 간접적으로 통제하는 주체가 고용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롭다는 건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통제는 하되 책임은 지지 않는 구조, 그게 지금 플랫폼 노동의 핵심 모순이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고용노동부는 플랫폼 종사자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을 꾸준히 검토해왔고, 산재보험 적용 범위도 단계적으로 확대되어 왔다. 그런데 제도가 있다고 보호가 자동으로 따라오지 않는다는 게 이번 조사가 보여주는 냉엄한 현실이다. 가입 여부와 실제 청구율 사이의 간극이 그렇게 크다면, 제도 설계 자체를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라이더의 안전망을 누가 짜야 하는가. 플랫폼은 「우리는 중개자」라고 한다. 정부는 「제도는 있다」고 한다. 라이더는 오늘도 혼자 도로 위에 있다. 안전망이 존재한다는 것과 그 망이 실제로 누군가를 받쳐준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숫자가 그 차이를 이미 말해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