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든버러대학교(University of Edinburgh) 감염병 역학 연구팀이 팬데믹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바이러스를 식별하는 카탈로그를 발표했다. 매년 발견되는 신종 바이러스는 2~3종으로 1960년대부터 비교적 일정한 추세를 유지해왔지만, 이들이 공중보건 위기로 확대될지 여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았다.
연구팀이 분석한 결과, 최근 대규모 팬데믹을 일으킨 병원체들은 주로 RNA 기반 게놈을 가진 바이러스였다. 전 세계에 식별된 RNA 바이러스는 수천 종이며 수백만 종이 존재할 수 있지만, 이 중 인간에게 감염되는 종은 239종에 불과하다. 바이러스가 사람 간 전파될 수 있는 능력 여부가 팬데믹 발생의 핵심 조건이다. 연구팀 목록에 포함된 바이러스의 약 2/3은 감염자로부터 다른 사람으로의 전파 가능성이 극히 낮은 동물 감염 바이러스(인수공통감염병)로 분류된다. 광견병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빠르게 진화하므로 인수공통감염병이 인간 간 전파 능력을 획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더 큰 위협은 이미 사람 간 전파 능력을 갖춘 바이러스들이다. 이들은 추가로 전파력을 강화할 수 있으며, 역사적으로 홍역, 유행성이하선염, 풍진 그리고 감기 및 위장관 감염 관련 수십 종의 바이러스가 동물에서 인간으로 전이된 후 현재까지 사람 간에 전파되고 있다. 또 다른 범주는 인간 간 전파 능력은 있지만 지금까지 제한된 발병만 초래한 바이러스들이다. 이들의 감염재생산지수(R값)가 낮아 감염 사슬이 자연 소멸되기 때문이다. 다만 바이러스가 오지 마을에서 도시로 옮겨가면 R값이 변할 수 있다. 2014년 서아프리카에서 자이르 에볼라바이러스가 이러한 변화를 보였다.
연구팀의 발병 바이러스 목록에 오른 수십 종은 모두 대규모 전염병으로 발전했다. 자이르 에볼라바이러스, 곤충 매개 치쿤군야열, 지카바이러스, 오로푸체바이러스, 그리고 DNA 바이러스인 엠폭스(mpox)가 초기 진입 바이러스들이었다. 최근에는 크루즈선에서 창궐한 안데스한타바이러스와 중앙아프리카에서 현재 확산 중인 분디부교 에볼라바이러스처럼 희귀 바이러스들도 널리 알려지고 있다.
2019년 연구팀은 높은 전파력을 가진 바이러스는 사람 간 전파 바이러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면서도 동물에서 독립적으로 유입되는 패턴을 보인다고 발표했다. 이는 박쥐에서 유입되었으면서도 원래의 사스(SARS) 코로나바이러스와 유사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의 특성을 정확히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2018년 사스 같은 코로나바이러스를 미지의 질병(질병 X)의 후보로 제안한 바 있어, 과학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출현 초기부터 경계한 이유가 된다.
반면 안데스 및 분디부교 바이러스는 전 지구적 팬데믹을 촉발할 프로필을 갖추지 못했다. 다만 두 바이러스 모두 발견되기 전 수주간 전파되고 있었다는 점은 중요한 교훈을 제시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도 마찬가지였다. 신종 바이러스를 더 신속하게 발견하고 분석하면 차기 팬데믹의 '출발 기회'를 빼앗아, 결국 생명과 생계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