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강력한 경제 제재 대상인 이란에서 코카콜라와 펩시, 환타 같은 미국 음료가 일상적으로 유통되고 있다. 테헤란의 대형마트 팔라디움에서는 환타와 스프라이트 특별 할인 판매가 진행 중이었고, 마한항공 국내선 기내식에서도 코카콜라 캔이 제공되고 있었다. 거리 곳곳에 '미국에 죽음을'이라는 반미 구호가 새겨진 것과 대조되는 광경이다.
이 '모순'의 실체는 위조 상품에 있다. 2000년대 초 코카콜라가 이란 내 두 회사와 정식 계약을 맺고 현지 생산한 이후, 제재와 양국 관계 악화로 계약이 단절됐다. 그럼에도 이 두 회사는 계속 코카콜라 제품을 생산 중이며, '짝퉁' 캔에는 여전히 '오리지널(original)'이라고 표기돼 있다. 미국과의 무역·금융 관계가 완전히 끊겨 비자카드도 사용 불가능한 이란에서, 미국 기업의 음료는 이런 형태로만 존재한다.
테헤란 시민들의 반응은 실용주의적이다. 한 40대 남성은 「코카콜라가 미국의 상징이긴 하지만 이걸 마신다고 해서 미국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콜라는 그냥 음료일 뿐」이라며 「이란을 공격한 미국을 반대하지만 경제 문제는 별개로 해결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이스라엘과의 전쟁으로 반미 정서가 높아진 와중에도, 민생 경제 문제는 구분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이란 정권이 직면한 딜레마를 반영한다. 미국을 적대하는 정치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50년 가까운 제재로 심화된 경제난을 타개해야 한다. 올해 초 경제난으로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와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로, 이란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한 돌파구를 필요로 하고 있다. '저항 경제' 기조 아래 체제를 유지해온 이란이 '코카콜라'라는 상징성 있는 미국 상품의 유통을 묵인하고 있다는 점 자체가, 이 구조적 모순을 가장 잘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