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자국 주요 기술기업들의 엔비디아 고성능 AI칩 'H200' 구매를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중국 당국은 최근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딥시크 등 대형 기술기업에 H200 칩 구매 허가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H200 수출 허용 방침을 통보한 지 약 7개월 만의 정책 결정이다.
중국 당국은 허가 조건으로 까다로운 제약을 부과했다. 승인을 받으려는 기업들은 필요 칩 수량과 구체적인 사용 목적 등을 상세히 제출해야 한다. 승인될 H200 칩의 총량은 20만 개 미만으로 제한되는데, 이는 기업들이 올해 요청한 수량의 절반도 못 미친다. 용도도 AI 모델 훈련에만 제한되며, 완성된 모델을 구동하는 추론용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 또한 공개된 공공 데이터 처리에만 쓸 수 있으며, 고객 정보 같은 민감한 데이터는 절대 금지된다.
중국의 정책 변화는 국내 반도체 산업 보호 기조에서 벗어난 결정이다. 그간 자국 칩 제조사 육성을 위해 엔비디아 칩 수입을 제한해온 중국이 이같은 조치를 취한 것은 AI 연산 자원 부족 사태가 심화된 때문으로 분석된다. 워싱턴이 동남아시아 경로를 통한 엔비디아 칩의 불법 반출입에 대한 감시를 확대하자 암시장에서의 공급도 차단돼, 중국 기업들이 적법한 채널로 AI 칩을 확보하기가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 이 같은 결정의 배경이 된 것으로 지적된다.
한편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의 미중정상회담에 동행했으나, 당시 H200 수출 문제가 회담의 주요 의제가 되지는 못했다. 황 CEO는 정상회담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H200의 중국 수출에 대해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H200은 2024년 출시된 GPU로 현재 판매 중인 블랙웰 아키텍처 칩보다는 한 세대 앞선 제품이며,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칩보다 우수한 성능을 제공한다. 엔비디아는 추가로 AI 데이터센터용 차세대 CPU 「베라」의 중국 수출을 추진 중인 것으로도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