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우파 민족주의 지도자 마린 르펑(Marine Le Pen)이 파리 항소법원에서 공금 횡령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직후 내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르펑은 법원 판결 직후 프랑스 텔레비전을 통해 「나는 대통령에 출마한다」고 밝히며, 즉시 소셜미디어 캠페인을 시작했다. 캠프인 포스터에는 삼색기를 배경으로 한 웃는 르펑의 모습과 함께 「라 르네상스(La Renaissance·부활)」라는 슬로건이 담겼다.
항소법원은 르펑의 유죄를 재확인하면서도 원래 선고된 5년의 공직 출마 금지 형량을 단축했다. 법원은 르펑이 원할 경우 대선 출마를 허용하되 1년간 전자발찌를 착용할 것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르펑은 이 조건을 거부하고 프랑스 최고 법원(파기원)에 판결에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최고 법원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발찌를 착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르펑은 현직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과의 이전 두 차례 대선 경쟁에서 패했다. 프랑스 법상 마크롱은 3선 출마가 금지되어 있으며,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르펑의 지지도가 높아지고 있다. 르펑의 정당인 국민연합(National Rally)에 대해 마크롱은 「정치적 극단주의」로 표현한 바 있다.
검찰은 르펑이 프랑스 국민으로부터 훔친 공금 410만 유로(약 350만 파운드)를 횡령한 혐의로 두 번 유죄 판결받았다고 지적했다. 좌파 성향의 데부(Debout!) 당 대표 프랑수아 뤼팽(Francois Ruffin)은 「르펑은 범죄자이며, 법원 판결에서 나올 수 있는 유일한 결론이다」라고 비판했다.
르펑의 전략은 파기원의 정상적인 느린 절차 속도에 베팅하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최고 법원의 판결이 내년 봄에 나온다면, 르펑이 이미 대통령이 될 수 있으며, 이 경우 임기 5년 동안 면책특권을 누릴 가능성이 있다. 다만 법원이 정치적 중요성을 고려해 절차를 신속화할 수도 있으며, 이 경우 대선 캠프 막판 주요 시기에 전자발찌 착용으로 움직임이 제약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