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SK Hynix)가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하며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했다. 한국 내 삼성전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기업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주가가 7배 이상 오르면서 시가총액 약 1조 달러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금요일부터 나스닥 'SKHY' 티커로 거래되는 SK하이닉스는 미국 내 대규모 생산시설 확충 계획을 발표했다.
SK하이닉스는 삼성, 마이크론(Micron)과 함께 전 세계 컴퓨터 메모리 시장을 주도하는 3대 제조업체다. 애플(Apple), 델(Dell) 등이 판매하는 노트북과 스마트폰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지만, 일반 소비자에게는 낯선 기업이다. 특히 인공지능 칩 수요 급증으로 반도체 시장의 판도가 바뀌면서 SK하이닉스가 주목받고 있다. 세계 최고 가치 기업인 엔비디아(Nvidia)의 AI 칩에 사용되는 고성능 메모리 분야에서 SK하이닉스가 선두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할 것으로 분석가들이 예상하고 있다. 지난 6월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서울을 방문해 양사 간 다년간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엔비디아는 SK하이닉스의 최대 고객이다.
SK하이닉스는 나스닥 상장으로 미국 예탁증서(ADR) 발행을 통해 약 290억 달러를 조달할 계획이다. 조달 자금은 새로운 공장과 장비 확충에 투자될 예정이다.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 라파예트에 건설 중인 첫 번째 생산시설(40억 달러 규모)은 2028년 완공 예정으로, 고급 패키징 공정에 집중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제정된 미국 반도체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에 따라 최대 4억 5,800만 달러의 자금 지원과 미국 상무부로부터 최대 5억 7,000만 달러의 대출을 받을 수 있다.
SK하이닉스의 실적은 주가 상승 못지않게 급성장하고 있다. 2023년부터 2025년 사이 연간 매출이 거의 3배 증가했으며, 2025년 매출은 약 650억 달러에 달했다. 시장 분석가들은 2026년 매출이 약 2,350억 달러로 다시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NAND 플래시 메모리 분야에서도 1분기 기준 19%의 시장 점유율로 업계 선두를 유지하고 있으며, 램(RAM)을 포함한 메모리 사업이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1983년 현대전자로 설립된 이후 1997년 금융 위기 당시 LG반도체와 합병했다. 2001년 하이닉스 반도체로 재명명되었고, 2012년 SK텔레콤이 지분을 인수하면서 현재의 SK하이닉스로 개명되었다. 2021년 SK텔레콤에서 분리된 SK스퀘어가 현재 20.5%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수급 변동이 큰 경기순환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닷컴 버블, 스마트폰 성장, 클라우드 전환 등 큰 기술 변화마다 수요 급등 후 공급 과잉으로 인한 가격 폭락이 반복되었다. SK하이닉스는 삼성, 마이크론과 함께 이러한 변동성에 대비해 장기 계약을 통해 가격과 주문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