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8일 급락세를 마감했다. 코스피는 전날에 이어 큰 폭으로 내려앉아 7,246.79로 마감했으며, 이는 전날보다 409.52포인트(5.35%) 하락한 수치다. 지난달 19일 기록한 장중 고점 9,385.59에 비해 약 23% 내린 수준이다. 코스닥 지수도 46.23포인트(5.56%) 내린 785.00으로 장을 마감해 작년 9월 4일 이후 약 10개월 만에 800선을 밑돌았다.

이날 코스피 장중 흐름은 변동성이 컸다. 전장 마감 대비 2.66% 하락으로 문을 열었으나 초반에는 7,791.66까지 상승했다가 이후 방향을 틀었다. 일시적으로 7,186.21까지 내려앉으며 7,100선까지 진출했으며, 당일 최고점과 최저점 간 폭은 605.45포인트에 달했다. 오후 1시 31분 코스피200 선물이 5% 이상 하락하자 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매도 사이드카) 메커니즘이 작동했고, 2분 뒤 코스닥 시장에도 동일한 조치가 발동되었다.

투자자별 매매 현황을 분석하면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는 353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기관투자자는 3천478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13거래일 연속 매도 흐름을 끊고 3천315억원 순매수로 돌아섰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약 5천931조원 수준으로 축소되었으며, 시총이 6천조원을 하회한 것은 지난 5월 20일 이후 처음이다.

주식시장 약세의 배경은 다층적이다. 전일 뉴욕 증시에서 반도체 업종이 약세를 나타냈는데,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최고 7.28%까지 내려갔다 최종 4.65% 하락했고, 인텔(-9.66%), 마이크론(-4.71%), 웨스턴디지털(-7.86%) 등 메이저 반도체 기업들이 큰 낙폭을 기록했다. 국내에서 삼성전자가 시장 기대치를 초과하는 실적을 공시했음에도 주가가 급락하면서 반도체 업종에 대한 수요 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판단된다.

중동 지정학적 긴장이 위험자산 회피를 가속화했다. 전날부터 호르무즈 해협 통항 중인 3척의 선박이 연달아 공격당했으며, 미군은 강경한 공중 작전을 개시했다. 8일 미 중부사령부는 80개를 초과하는 이란 관련 시설을 타격했다고 공식 발표했고, 이에 이란이 바레인과 쿠웨이트의 미군 주둔지를 표적으로 반격 움직임을 보이면서 분쟁이 심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국제유가는 8월 인도분 WTI 선물이 배럴당 72.69달러로 전일 대비 3.19% 상승했다.

코스피의 상대 가치 지표는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 12개월 선행 P/E(주가수익비율)가 2008년 금융위기 때의 수준(6.43배·2008년 10월 24일)을 밑도는 단계에 이르렀다. 미래에셋증권 분석가는 이날 낙폭으로 인해 지표가 6배 초반(6.2~6.3배)까지 하락해 2008년 저점을 뚫릴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지수를 주도하는 반도체 종목들이 광범위하게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6.25% 내린 27만7천500원으로 마감해 지난달 19일의 전고점(37만4천500원)에서 보름 사이 26% 조정받았다. SK하이닉스도 5.68% 내린 207만6천원으로 장을 끝내 지난 6월 25일의 사상 최고가(298만7천원)에서 30% 이상 낙폭을 기록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SK스퀘어(-6.34%), 삼성전기(-10.25%), 현대차(-3.55%), LG에너지솔루션(-4.97%), 삼성생명(-7.73%) 등 광범위하게 내려갔다.

유가 상승에 따른 운영 원가 부담이 항공사들을 압박했다. 진에어(-4.60%), 제주항공(-3.72%), 대한항공(-3.43%), 에어부산(-3.17%) 등이 낙폭을 기록했다. 한국거래소 집계로 이날 코스피에서 하락 마감한 종목 수는 765개로, 상승 종목 125개의 6배 이상이었다. 기아(2.02%), LG전자(3.54%), KT&G(0.49%), HMM(2.30%) 등만 상승했고, 기계·장비(-7.21%), 의료·정밀기기(-7.00%), 건설(-6.14%) 등 업종이 특히 큰 낙폭을 나타냈다.

코스닥 시장도 광범위한 조정을 겪었다. 코스닥은 14.84포인트(1.79%) 내려 816.39로 개장한 뒤 낙폭을 확대해 장중 한때 778.70까지 내려갔으며 이는 6.32% 낙폭이었다. 개인 투자자가 1천927억원, 기관투자자가 1천451억원을 순매도하면서 지수에 하향 압력을 가했다. 상위 시가총액 45위권 종목이 일제히 하락 마감했으며, 알테오젠(-7.11%), 에코프로비엠(-6.32%), 에코프로(-7.58%), 레인보우로보틱스(-6.75%), 주성엔지니어링(-8.88%) 등이 5% 이상 하락했고, 기가비스(3.93%), 에스에이엠티(2.54%), 카카오게임즈(5.40%) 등만 상승했다.

시장 전문가들의 진단은 차이를 보였다. 대신증권 분석팀은 「반도체 수급심리 위축에 중동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키움증권 연구팀은 「이날 급락은 국내 시장 자체 요인에 기인하며, 전일 삼성전자 실적 발표 이후 주도주 투자심리 회복이 지연되는 여파가 계속되었다」고 진단했다.

이날 거래량은 유가증권시장 42조3천775억원, 코스닥시장 6조1천46억원으로 집계되었다.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의 프리마켓과 메인마켓 일일 거래대금의 합은 20조9천963억원이었다. 원화 환율은 달러당 1,498.5원까지 내려앉아 5월 29일 이후 처음으로 1,500원 아래로 진입했다.